2차 조서엔 서명·날인, 8시간 조사한 1차 조서는 거부로 무력화조사 날에…민주당 "저들 소굴로 못 보내" 체포동의안 부결 솔솔국민의힘 "단식으로 특권 포기 번복 사인 보내자 철썩같이 눈치 채"
  • ▲ '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경기 수원=정상윤 기자
    ▲ '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경기 수원=정상윤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마친 후 4시간40분만에 귀가했다.

    이 대표는 1차 조사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서명·날인하지 않은 채 2차 조서에만 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결국 1차 조서는 서명·날인 안 하고 귀가

    이재명 대표는 12일 오후 1시22분쯤 쌍방울 대북송금 관여 의혹 관련 제3자 뇌물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에 출석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오후 1시39분부터 오후 3시28분까지 1시간50분간 이 대표에 대한 2차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이 대표는 피의자 신문조서를 2시간가량 열람한 뒤 날인·서명했고, 지난 9일 마무리 짓지 못한 1차 조서를 열람하던 중 "1차 조서는 열람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퇴실했다. 8시간가량 진행된 1차 조서를 결국 무력화한 것이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요청으로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0만 달러와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검찰 조사 후 "아까운 시간 다 보냈다" 여론전

    이재명 대표는 오후 6시11분쯤 조사를 마친 후 수원지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 역시 증거란 하나도 제시 못 했다"며 "형식적인 질문을 하기 위해 두 차례나 소환해 신문하는 게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이 아닌 증거라는 게 있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의미 없는 문서 확인하거나 이런 것으로 아까운 시간을 다 보냈다"며 "아무리 검찰이 지배하는 나라가 됐다고 해도 총칼로 사람을 고문해 사건 조작하던 것을 이제 특수부 검사들을 동원해서 사건 조작하는 것으로 바뀐 거밖에 더 있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 정신 차리고 국민 주권을 인정하고 주어진 권력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사용하길 바란다"며 "결국 사필귀정이다. 잠시 억압하고 왜곡, 조작할 수 있겠지만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3자 뇌물혐의를 어떻게 소명했느냐'는 질문에 "아무 관계 없는 혐의를 엮으려고 하니까 잘 안되는 모양이다"라고 답했다.

    이날 조사에 함께한 박균택 변호사는 1차 조서에 날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화영 전 부지사가 북한에 쌀 10만톤을 지원하기로 한다'는 부분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황당하다'는 표현을 했었다"며 "내 책임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상황 자체가 황당하다는 것인데 이를 조서에 잘못 기재한 것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것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1회, 위례·대장동 특혜의혹 2회, 백현동 특혜의혹 1회,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1회를 포함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40분까지 8시간 동안 1차 조사를 받았다. 그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서면 진술서를 제출하고 진술서로 답변을 대부분 갈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120페이지에 달하는 조서 중 30페이지 정도만 검토했고, 이 대표 측이 건강상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구하면서 조사가 조기 종료되기도 했다. 피의자 신문조서 열람은 2시간40분가량 진행됐으나, 이 대표는 날인을 거부했고 오후9시43분 수원지검 청사 밖으로 나섰다.

    이재명 출석 날에 "저들 아가리에 못 내준다"는 민주당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백현동 특혜의혹과 묶어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이 지난 7월18일 의원총회에서 '정당한 영장'을 전제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한 만큼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주장하며 또다시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확률이 높다. 체포동의안은 국회 재적의원(299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법무부장관을 지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검찰이 다시 청구할 구속영장이 기각될 것이라 확신하지만, 우리는 이제 새로운 관점에서 이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며 "이 대표를 저들의 소굴로 내보낼 수 없다. 저들의 아가리에 내줄 수 없다는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이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조사를 받는 사이 민주당은 규탄대회를 열고 '야당 대표를 단식 중에 소환한 것은 사상 유례없는 일'이라며 사법 만행이라고 몰아세웠다"며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단식 중에 부른 것이 아니라 검찰이 출석을 요구하자 단식을 시작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은 '이 대표를 저들의 아가리에 내줄 수 없다'며 방탄 대열을 다시 가다듬었다"며 "단식으로 불체포특권 포기 번복 사인을 보내자 철석같이 눈치를 챈 것이다. 이 대표의 방탄 일정에 따라 체포동의안은 부결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검찰이 왜 불렀는지는 금세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