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검찰 출두한 이재명, 생떼 부리며 조사에 비협조출두 11시간 만에 나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패자"검찰 "12일 오겠다며‥ 조서에 서명날인 않고 일방 퇴실"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다섯 번째 진행된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사가 목표로 했던 분량의 절반만 소화한 채 1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밝히기 위해 9일 오전 이 대표를 소환한 검찰은 8시간 가까이 '제3자 뇌물' 혐의 여부를 집중 추궁했으나, 이 대표가 건강상 이유를 들어 조사 중단을 요구함에 따라 나머지 답변은 오는 12일 듣기로 하고 오후 6시 40분경 진술조사를 중단했다.

    "尹 정부 = 반국가세력" 매도… 조사실 들어가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한 이 대표는 포토라인에서 현 정부를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는 입장문을 읽은 뒤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 조사를 위해 15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검찰은 오전 10시 30분부터 2시간 조사하고 20분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단식 10일 차를 맞은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준비한 질문지 내용 가운데 핵심만 요약해 질문했는데, 이 대표는 준비해간 진술서로 답변을 대부분 갈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A4 용지 2장 분량에 달하는 '긴 답변'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7시가 넘어서자 수원지검은 취재진에게 "오늘 이 대표에 대해 오전 10시 30분부터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으나 이재명 대표로부터 건강상 이유를 들어 더 이상 조사받지 않겠다는 요구를 받아 피의자 조사를 오후 6시 40분에 중단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어 "저녁 7시부터 조서 열람을 시작했으며, 나머지 조사를 위해 12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출석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정치 검찰, 단 하나의 증거도 제시 못해"


    이 대표의 조사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후 8시부터 민주당 의원들이 수원지검 청사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출두 현장을 지킨 조정식 사무총장과 천준호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청래·문정복·임종성·장경태·이학영·박찬대 의원 등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오후 9시 43분경 조서 열람을 마친 이 대표가 청사 밖으로 나왔다.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지 11시간 만이었다.

    잠시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눈 이 대표는 "예상했던 대로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 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저 전해들었다는 김성태의 말이나 아무 근거가 되지 않는 정황들로 (조사를 받느라) 이 시간을 보냈다"며 "검찰 권력을 사유화해서 정적을 제거하고 범죄를 조작하는 이런 행태야말로 반드시 청산해야 할 악습"이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럴 힘으로 경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국민의 민생 문제, 한반도가 전쟁으로 치닫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부가, 대통령이 할 일"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통보한 12일에 출석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무슨 힘이 있겠나. 무소불위 검찰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갈 수밖에 없는 패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오늘 조사를 다 못했다고 또 소환하겠다고 하니까. 날짜를 협의해 다섯 째든 여섯 째든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선일보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은 검찰의 출석 요구에 "당내에 일정이 생겨 출석이 어렵다"며 "추후에 다시 날짜를 정하자"고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진술 누락 억지 부리며 서명날인도 안 해"

    이와 관련, 수원지검은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대표 측은 금일 출석 전,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 포함 및 종일 조사를 사전에 약속했고, 수원지검은 피의자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필요최소한도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조사 내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한다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조사에 차질을 빚었다"고 수원지검은 하소연했다.

    수원지검은 '12일 출석'을 요청한 것은 검찰이 아닌 이 대표였다고도 밝혔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 측은 조사 도중 금일 오후 6시까지만 조사를 받게 해주면 12일에 출석하겠다고 먼저 요구해 검찰에서 이를 수용한 것"이라며 "이 대표는 이전에도 계속 12일 출석하겠다고 했음에도 입장을 번복해 재출석 일자를 정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원지검은 "피의자는 조사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됐는지는 대답하지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며 "민주당 측에서 사실과 달리 검찰에 조사 지연 책임을 떠넘기며 검찰이 먼저 한 차례 더 출석 요구를 했다고 왜곡해 비난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수원지검은 오는 12일 이 대표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종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내는 과정에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방북 추진을 요청한 사실 등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지난 7일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와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와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