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범 부사령관, 7월31일 이종섭 '이첩보류' 등 지시받고 사령부 복귀이어 회의서 '장관님 지시사항' 언급… "혐의자 특정 않고 자료만 주면 돼"
  • ▲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군검찰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대상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조사 결과에)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포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이전까지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명령을 한 적 없다"는 이 장관과 국방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국방부 검찰단이 지난달 30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제출한 사전 구속영장청구서에 따르면, 정종범 해병대부사령관은 7월31일 오후 2시10분쯤 국방부에 들어가 우즈베키스탄 출장 직전이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이첩보류' 등 지시를 받고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했다.

    당시는 해병대 수사단이 수색작전 중 숨진 해병대원과 관련한 사건 조사 결과를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려고 했다가 취소한 직후였다.

    정종범 해병대부사령관이 복귀하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오후 4시쯤 해병대사령부 회의실에서 관련 회의를 개최했다. 사령관과 부사령관은 물론, 회의에는 서북방위도서사령부 참모장, 해병대사령부 참모장, 공보정훈실장, 비서실장, 법무실장 대리, 정책실장, 박정훈 전 수사단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 회의에 대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군 검찰조사에서 '정종범 해병대부사령관이 이종섭 장관 지시사항에 대해 설명했다'고 진술했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정종범 해병대부사령관이 '장관님 지시사항'이라는 말과 함께 ▲수사자료는 법무관리관실에서 최종 정리를 해야 하는데,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경찰에 필요한 자료만 주면 된다 ▲수사결과는 경찰에서 최종 언론 설명 등을 해야 한다 ▲장관이 8월9일 현안 보고 이후 조사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유가족들에게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회의 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고 했다.

    이러한 진술은 이전까지의 국방부 설명과 다르다. 이종섭 장관과 국방부는 지난 7월 31일 해병대 장병 순직 이후부터 줄곧 "혐의 제외 지시를 한 적 없다"며 모든 의혹을 부정해왔다.

    국방부는 지난달 4일 "장관이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하면서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알려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같은달 9일 오전에도 "장관은 현장에서 수색에 동참했던 초급 간부들까지도 죄가 있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한 바는 있으나, 특정인에 대해 언급한 바 없음"이라는 입장을 냈고, 늦은 밤에도 "국방부는 사단장 등 지휘부의 혐의를 제외하라는 지시를 한 바 없으며, 초급 간부를 포함해 혐의를 적시한 것이 타당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이종섭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윈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도 "혐의자를 포함시키지 않고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수사기관인 군 검찰의 영장에서 이종섭 장관이 정종범 해병대부사령관에게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드러난 것이다. 

    국방부는 "영장에 기재된 내용은 군검사가 해병대부사령관의 진술서를 바탕으로 요약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장관이 직접 언급한 내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당시(7월31일) 회의에서 법무관리관은 '범죄혐의가 불명확한 경우 범죄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이첩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며 "장관은 해당 내용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설명해주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회의에 참석했던 해병대부사령관은 법무관리관 보고내용과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설명해주라는 장관의 언급 모두를 장관 지시로 이해하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영장에 기재된 의미는 범죄혐의가 불명확한 경우 범죄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이첩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