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난 3일 선박 엔진 생산공장을 찾아 "해군 무력 강화는 대신할 수 없는 중임"지난달 21일 해군 동해함대 시찰에 이어 같은 달 27일에는 해군사령부 방문해 사열"앞으로는 육·해·공군이 해·육·공군으로 불려야… 나는 해군이 제일 자랑스러워"전문가 "핵 등 비대칭 전력 갖췄다는 성과에 재래식 전력 키우겠다는 의지 보인 것"
  •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지난 27일 북한의 해군절(8.28일)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지난 27일 북한의 해군절(8.28일)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연일 '해군 무력' 띄우기를 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21일 해군 동해함대 시찰에 이어 같은 달 27일 해군사령부 방문, 지난 3일 선박 엔진 생산공장을 찾아서도 "해군 무력 강화"를 언급했다.

    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3일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및 부부장들과 함께 북중기계연합기업소 등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중기계연합기업소는 평안북도 용천군 북중노동자구에 위치한 북한 최대의 선박용 디젤엔진 생산공장이다.

    매체들에 따르면, 그는 이곳에서 큰 만족을 표시하며 "북중기계연합기업소는 나라의 선박공업발전과 우리 해군무력을 강화하는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중임을 맡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중기계연합기업소의 현대화와 나라의 선박공업발전방향에 대해 앞으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중요한 노선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기사와 함께 김정은이 선박용 디젤엔진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27일에는 '해군절'을 맞아 조선인민군 해군사령부를 방문했다. 북한은 1949년 8월28일 함대 창설을 계기로 이날을 해군절로 기념하고 있다. 이날 방문에는 오래간만에 그의 둘째 딸 김주애와 동행한 모습이 포착됐다.

    김정은 "앞으로 육·해·공군 아닌 해··공군으로 불려야"

    김정은은 사열 이후 "현대전에서 해군은 다양한 타격수단들과 함께 국가의 핵억제력까지도 장비하고 운용하는 종합적인 전력"이라며 "해군무력만 잘 준비돼도 나라의 안전을 수호할 수 있다"고 연설했다.

    특히 김정은은 "특히 우리 국가의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인해 앞으로는 육·해·공군이 해·육·공군으로 불려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해군은 유사시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과 존엄, 발전이익을 수호하는데 제일 큰 몫을 맡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직접 오랫동안 육군, 해군, 공군으로 굳혀진 군 서열을 바꿔 해군, 육군, 공군으로 명명한 것이다.
  •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ㆍ을지프리덤실드)를 기해 해군 함대를 시찰하고 함정에서 전략무기를 발사하는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가 이날 공개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장면(왼쪽)과 지난해 1월 25일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 지상 발사 장면(오른쪽).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ㆍ을지프리덤실드)를 기해 해군 함대를 시찰하고 함정에서 전략무기를 발사하는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가 이날 공개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장면(왼쪽)과 지난해 1월 25일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 지상 발사 장면(오른쪽). ⓒ연합뉴스
    그러면서 김정은은 "전술핵 운용의 확장정책에 따라 군종부대들이 새로운 무장수단들을 인도받게 될 것"이라며 "우리 해군은 전략적임무를 수행하는 국가핵억제력의 구성부분으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나는 우리 해군을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북한의 해군 띄우기는 이날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진 해군과 공군 간 배구 경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연설 이후 해군 작전지휘소를 돌아봤고, "해군팀과 공군팀 사이의 배구경기를 관람했다"고 소개했다.

    "최고사령관 동지를 모시고 뜻깊은 체육경기"로 진행된 배구경기는 "강한 승부심과 열띤 응원 속에 시종 치열하게 진행"됐으며, 결과적으로 "해군팀이 공군팀을 이겼다"고 통신은 전했다.

    北, 올해 함정·잠수함에서 각각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비대칭 전력 만족

    북한이 올해 공개한 신형 무기체계만 봐도 해군 중심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경비함에서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1000t급 미만인 고속함정이 아니라 1200~1500t급 수상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특히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형' '화살-2형'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이 앞으로 해군 전력을 통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과 다름없다.

    동시에 지난 3월12일 첫 공개된 북한의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SLCM)과 기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해상에서 발사되는 핵전력을 북한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오랫동안 개발에 매진해온 핵·미사일 등 비대칭전력이 일정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 연구위원은 "북한의 항공기와 군함 등 재래식 전력은 한미는 둘째치고, 한국군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열악한 재정에 기술도 없는 북한이 한미연합군의 첨단 재래식 전력에 대항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비대칭 전력인 핵과 미사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위원은 "북한의 과장과 과시를 모두 믿을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비대칭 전력을 개발하고 양상해서 전력화하는 과정에 들어간 건 부인할 수 없다"며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으니 이제는 해군 등 전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