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교내 독립투사 흉상 관련 입장' 통해 교내 흉상 6위 이전 결정 발표"홍범도 흉상 이전은 육사 정체성과 독립투사 예우 동시 고려한 결정""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홍 장군 외 5위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
  • ▲ 지난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 모습. 2023.8.28 ⓒ연합뉴스
    ▲ 지난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 모습. 2023.8.28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교외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5위의 흉상도 교내 적절한 장소로 옮기기로 했다. 육사는 31일 '육사 교내 독립투사 흉상 관련 입장'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전이 확정된 흉상은 총 6위로, 충무관 입구에 위치한 홍범도·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 흉상과 이회영 선생 흉상, 충무관 내부 '독립전쟁 영웅실'에 있는 박승환 참령 흉상이다. 박승환 참령은 대한제국군 시위대 제1연대 제1대대장으로 근무하던 1907년 8월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당하자 분개해 권총으로 자결했다.

    육사는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독립기념관이 이전지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육사는 또 5위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전했다. 현재 육사가 학교 종합발전계획에 따라 교정을 새로 구성하고 있는 만큼, 계획이 완료되는대로 흉상 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육사는 "기념물 재정비는 육사 졸업생과 육사 교직원 등의 의견을 들어 육사의 설립 목적과 교육 목표에 부합되게 육군사관학교장 책임하에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 '정쟁'으로 번지면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자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을 없애기 위해 육사가 '교장 책임'을 언급하며 사업 추진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육사의 견해 발표로 한동안 시끄러웠던 홍범도 장군 흉상 관련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육사 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은 적절성 시비 등으로 논쟁거리였다. 홍범도 장군이 소련 공산당 가입, 자유시참변 연루 의혹 등으로 얽혀 있어 국군 리더를 양성하는 육사 교정에 설치되는 것이 적절한가에 따른 지적이 있어왔다.

    육사총동창회는 지난 29일 성명을 통해 "2018년 육사 영내에 조형물 설치 시 홍범도 장군이 소련으로 넘어간 독립군 무장해제 과정에서 많은 독립군이 희생된 '자유시참변' 재판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소련군 편입 등의 행적이 밝혀져 흉상 배치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육사총동창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범도 장군 흉상 설치가 충분한 공감대 없이 강행됐으며, 지금까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한 한덕수 총리 역시 "육사에서 사관학교 정체성이나 생도 교육에 부합하도록 교내 기념물 재정비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타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함께 이전이 검토됐던 국방부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은 '존치'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1998년 설치된 국방부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은 정권이 수차례 바뀌며 25년 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자리를 지켜왔기 때문에 이전 근거가 부족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또한 군(軍) 소유 부지인 육사와 국방부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들이 동시에 철거될 경우 자칫 '홍범도 장군 치적 지우기'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31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육사에서 최적의 방안을 아마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홍범도 장군 흉상은 장군님의 독립유공을 보다 잘 선양할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육사보다는 좀 더 바람직하지 않으냐'는 것이 아마 이 논의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나머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 ▲ 국방부청사 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연합뉴스
    ▲ 국방부청사 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