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사장 해임으로 '공영방송 길들이기' 부당""여권 이사들이 제시한 사장 해임사유, 납득 못해"KBS노조 "위기 자초한 장본인이 여전히 변명일관"
  • ▲ 김의철 KBS 사장. ⓒ연합뉴스
    ▲ 김의철 KBS 사장. ⓒ연합뉴스
    김의철 KBS 사장이 자신의 해임사유로 '리더십 상실' 등이 거론된 것과 관련, "일부 직원들이 '사장 퇴진' 요구를 했다고 회사가 통제되지 않는다거나 방송에 차질을 빚는 일은 전혀 없다"며 "회사의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하자, KBS 내부에서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변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신의 해임제청안이 KBS이사회에 상정된 30일, 사내 게시판에 입장문을 올린 김 사장은 "이번 해임제청은 부당하고, KBS와 대한민국 공영방송 제도의 '정치적 독립'을 전면 훼손하는 행위"라며 "여당 추천 이사들이 제기한 사장 해임사유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거나 주관적 판단에 따른 주장으로, 명시된 해임사유 가운데 어떤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여권 이사들은 저에 대한 해임을 제청하는 사유로 △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영 악화, △직원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추락 등으로 인해 사장으로서 직무수행이 부적절한 점을 들었으나, 저는 여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먼저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것은 공영방송 KBS가 경영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KBS의 주 수입원은 수신료, 광고, 콘텐츠판매수익인데, 지난해 대비 40% 넘게 위축된 지상파 광고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광고가 큰 폭으로 줄어 수입이 감소했다"며 "강도 높은 재정안정화대책과 비상경영을 통해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심정으로 비용을 긴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 악화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변명했다.

    "게다가 공영방송 KBS는 상업성, 영리성을 우선할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KBS의 존재 의의는 사라진다"고 단언한 김 사장은 "재난방송, 지역방송, 국제방송, 대북방송, 장애인방송, 대하드라마, 비인기 스포츠 중계 같은 다른 상업방송이 하지 않는 공적 책무를 KBS는 어떤 상황에서도 충실히 이행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직원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이 해임사유로 거론된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김 사장은 "여권 추천 이사들은 사장 해임제청안에서 '대다수 직원들이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 리더십을 완전 상실해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올 하반기에 방송될 프로그램들이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고, 회사의 시스템 역시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의 사장 퇴진 요구를 해임 근거로 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한 김 사장은 "이 근거가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KBS 사장은 인기에 영합해, 직원들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일에 대해서는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사장은 "여권 추천 이사들은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추락 등으로 인해 사장으로서 직무수행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해임 제청의 또 다른 사유로 내걸었으나, 이사들의 주장과 달리 KBS는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 받는 언론으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KBS가 4년 연속 신뢰도 1위를 기록했고, 그 외 공신력 있는 대부분의 매체 조사에서 KBS가 영향력과 신뢰도 1~2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소개한 김 사장은 "전통적인 미디어의 힘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KBS가 신뢰도와 영향력 1~2위를 유지한 사실은 큰 성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며 "'대국민 신뢰 추락'이라는 주관적 평가를 근거로 이사회가 사장을 해임하려고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해석했다.

    김 사장은 "나머지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 및 무대책 일관이나 △고용안정 관련 노사합의 시 사전에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유는 여권 추천 이사들의 주관적인 판단으로서, 사장 해임의 근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KBS 파멸 위기 방치한 김의철, 해임안 나오니 변명"


    이 같은 김 사장의 입장 발표에 KBS노동조합(1노조, 위원장 허성권)은 "무능하게 위기도 못 막은 김 사장이 해임안이 나오니까 열심히 변명에 나섰다"며 "이런 변명이 설득력이 있을 것 같으냐"고 반문했다.

    KBS노조는 "그동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던 김의철 사장이 긴급히 '자신이 해임되지 않아야할 입장'을 발표했다"며 "내용인 즉슨 △자신은 임기 내내 KBS의 공영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강도 높은 재정안정화 대책과 비상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구조적·환경적 요인으로 경영(재정)이 악화됐으나 자구노력도 했고 △회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변명 일색이었다"고 혹평했다.

    "또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해 테스트포스를 운영해 막으려 했고 △석 달간 이사회에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보고를 6차례나 올렸다고 한다"며 김 사장의 해명을 소개한 KBS노조는 "김의철 사장은 그동안 어떤 세상에 살았나? KBS가 신뢰받고 재정도 탄탄하고 방송도 공정하다면 왜 공영방송이 파탄지경에까지 이른 것인가? 정부의 언론탄압 때문에 KBS가 이 지경이 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가?"라고 거듭 되물었다.

    KBS노조는 "김 사장이 주장하는 '자신이 해임이 되지 말아야할 이유'를 보면 현실과 완전히 괴리돼 마치 자기 세상에서 아무 책임감 없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며 "△그동안 지적됐던 무능 경영과 불공정 편향방송에 대한 자신의 책임은 전부 부정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희망도 내보이지 않으면서 △그저 해임사유에 대한 기계적인 방어에만 집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단정했다.

    "'수신료 분리징수 찬성 여론'은 단 몇 달 만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사장 임기 내내 지속적으로 악화돼 온 것"이라고 진단한 KBS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오히려 상황을 크게 악화시키고 △불공정 편향 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반복된 경고에도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은 김 사장이 '회사 시스템이 잘 작동된다'고 변명한 것은 유체이탈식 현실 부정이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비난했다.
  • ▲ KBS 사내에서 김의철 KBS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KBS노동조합원들. ⓒ뉴데일리
    ▲ KBS 사내에서 김의철 KBS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KBS노동조합원들.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