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300쪽 질문지 준비해 백현동 개발 과정 인허가 특혜 의혹 등 확인이재명 30쪽 분량 진술서 통해 대부분 답변 갈음… 혐의 전면 부인 담겨'개딸' 앞에선 "당당히 조사"공언해 놓고… 검찰 앞에선 묵비권 행사
  • "까짓 소환 조사 백 번이고 받겠다"고 공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작 담당 검사 앞에서는 30쪽 분량의 진술서를 내밀고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세력 앞에서는 "당당히 맞서겠다"는 태도를 보인 이 대표가 검찰 조사에는 비협조적인,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17일 오전 10시40분쯤부터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위증교사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날 검찰에서는 최재순(사법연수원 37기) 부부장검사 등 2명의 검사가, 이 대표 변호인으로는 고검장 출신 박균택(21기) 변호사가 참석했다. 

    검찰은 300쪽에 이르는 질문지를 준비해 백현동 개발 과정 인허가 특혜 의혹, 재판 위증교사 의혹에 관한 이 대표의 견해를 확인하고 있다. 분량이 방대해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차담(茶談)도 생략한 채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 소환 배경으로 "이 대표가 인허가권자로서 결재한 것이 확인돼 입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성남시 인허가 관계자들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선대본부장 출신인 브로커의 청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참여를 배제시켜 개발이익을 포기하고 민간사업자에게만 이익이 귀속되도록 한 것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30쪽 분량의 진술서를 통해 대부분의 답변을 갈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진술서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조사 직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까짓 소환 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다"며 자신의 지지세력인 '개딸'들에게 공언한 이 대표가, 정작 검사 앞에서는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앞선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소환 조사에서도 서면 진술서로 자신의 견해를 전한 채 검찰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조사는 이날 안에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조사처럼 이 대표가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를 거부할 경우 1∼2시간가량 조서 열람을 마친 뒤 청사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량이 방대한 만큼 추가 소환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 후 사안의 중대성, 답변 태도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15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성남시 관계자들이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초 백현동 부지는 공영개발을 전제로 도시계획 지침이 마련됐고, 이 대표 역시 시장선거 때 여러 차례 공영개발을 공약해왔음에도 돌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사업에서 배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비율은 축소되고, 높이 50m의 초대형 옹벽이 세워지기도 했다.

    검찰은 이 대표 등 성남시 수뇌부가 2006년 성남시장선거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최측근 김인섭(구속 기소)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청탁을 받아 민간업자에게 이 같은 특혜를 제공하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게 한 것으로 본다.

    김 전 대표 등이 가져간 개발이익 일부를 이 대표가 공유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