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혁신위,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 투표권 무력화' 발표'비명' 고민정 "무리수" vs '친명' 서은숙 "환영"… 지도부 엇갈린 반응 민주당 최대 모임 '더좋은미래'… "이 문제로 갈등 증폭, 적절치 않아"친문계 모임 '민주주의4.0'… "대의원제 사실상 무력화, 타당치 않아"
  •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혁신안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혁신안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당내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도부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리는가 하면, 여당에서조차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혁신위의 발표 내용을 보면 기존의 대의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고 총선 공천 룰을 변경하는 방안을 내놓았다"며 "국민의 민생과 관련된 시급성을 다투는 것도 아닌 일로 오로지 민주당 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두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는 지난 10일 활동을 조기 종료하며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 투표를 배제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제안했다. 기존에 대의원 30%였던 투표 반영 비율을 없애고, 권리당원 70%와 국민 여론조사 30%로 조정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 권리당원의 투표권을 강화하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의원의 투표권이 무력화되면서 개딸들이 지지하는 후보들이 당 대표·최고위원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대의원제 폐지 논란과 관련,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완성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의원은 "강성 당원들, 개딸들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을 하고 관철하려는 대변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친명계는 혁신안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더 많은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혁신에 저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이해하고 포용하되 극복해야 한다"며 혁신안을 지지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의원제 폐지 및 축소는 그동안 친명계와 이 대표 지지자들이 '표의 등가성' 문제를 이유로 주장해왔던 개혁안이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모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첫 발을 내딛게 한 혁신안을 환영한다"며 "250만 당원과 함께 이번 혁신안에 더해 제대로 된 공천 혁신안이 민주당의 당헌·당규를 통해 실현되도록 온 힘을 싣고 이를 방해하는 목소리에는 준엄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대의원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중론이다. 당초 민주당 대의원제는 권리당원이 호남에 편중된 문제를 해결하고자 1990년대에 도입됐다. 아울러 민주당의 정체성과도 연관된 사안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민주당 소속 의원 견해다. 

    민주당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 반영 여부와 비중 등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주제지만, 이는 1년 뒤 개최되는 전당대회 문제다. 국민적 관심 사안도, 국민이 바라는 민주당 혁신의 핵심도 아니다"라며 "이미 지난 몇 달간 대의원제 폐지 등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심화되어온 상황에서 지금 이 문제로 당내 논란과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국민적 시각에서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친문계도 반발하고 나섰다. 친문계 의원모임인 '민주주의4.0'도 성명에서 "24년 총선 뒤에 있을 당 지도부 선출에서 대의원 표의 반영 비율 30% 폐지를 제일 큰 혁신과제로 제안했는데, 과연 이것이 국민 눈높이에서 가장 시급한 혁신안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대의원 제도는 직접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당이 어려운 지역의 의견 반영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운영해왔는데, 대의원제도 자체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민주주의 4.0은 또 혁신위의 앞선 행보를 두고는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위기에 빠진 민주당에 필요한 혁신의 방향과 내용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그간의 혁신위 활동 과정은 부적절한 설화와 논란을 불러온 혁신안 제시 등으로 민주당을 국민과 멀어지게 만들고 당내 혼란과 갈등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 혁신위 비판에 동참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부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은경 혁신위는 당초 예상보다 일찍 해산됐고 남긴 혁신안은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를 부추기는 내용뿐"이라며 "대표 선출 과정에서 특정 세력이 유리하도록 대의원제를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금 총선이 코앞인데 전당대회 관련 문제를 지금 다룰 시기가 아니다"라며 "당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혁신위가 제안한 혁신안은 오는 28~29일 열리는 민주당 워크숍에서 수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김남희 혁신위원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혁신안이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자는 내용이라는 지적에 "폐지가 아니라 대의원 구성과 역할을 재조정한 것"이라며 "당원들을 폄하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