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농어촌공사 5명, 2019년 세계잼버리 열린 美 7박9일 출장잼버리 대회장엔 이틀 머물고… 나머진 말 방목장, 후버댐 등 관광 일정렌터카·비행기 번갈아 이용하며 美대륙 횡단… 운전기사와 가이드도 고용"새만금 잼버리서 발생 가능한 문제점 파악"… 4년간 아무 대처도 안 해
  • ▲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과 농어촌공사 직원들이 미국 후버댐을 방문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출장보고서 캡처)  ⓒ전성무 기자
    ▲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과 농어촌공사 직원들이 미국 후버댐을 방문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출장보고서 캡처) ⓒ전성무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부지 매립사업을 주관한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과 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 소속 직원 등 5명이 4년 전 "미국 잼버리에서 배수체계 불편을 파악하겠다"며 7박9일 동안 미국 횡단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워싱턴DC에서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미 동부와 서부 주요 도시를 차량과 비행기를 번갈아 타며 이동하면서 켄터기주 렉싱턴에 위치한 세계 최대규모 말 방목지를 방문하거나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들러 후버댐을 견학했다.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운전기사와 현지 가이드까지 고용했다. 반면, 이들이 출장기간 미국 세계잼버리 대회장에서 머무른 기간은 이틀에 불과했다.

    8일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농림축산식품부 간척지농업과 소속 공무원 1명과 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 직원 4명은 2019년 7월29일~8월6일 7박9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계획서에는 "2019 미국 세계잼버리대회 참가 및 대규모 농업 해외사례 조사"라고 출장 목적을 밝혔다. 그러면서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부지 매립공사 착수 전 미국 세계잼버리대회 참가로 예상 문제점 발굴 및 해결 방안 사전 대비" "단지 내 배수체계, 행사장 진입로, 내부 도로 및 행사 참가자 이동 경로, 부지 이용상 편의/불편사항 파악 등"이 출장 배경이라고 했다. 

    그러나 출장 결과보고서 등에 나와 있는 세부 일정을 살펴보면, 미국 동부와 서부를 잇는 대륙 횡단여행을 위해 '잼버리'를 억지로 끼워 넣은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미국 세계잼버리는 7월22일부터 8월2일까지 11박12일 동안 열렸다. 그런데 농림부‧농어촌공사 출장단이 잼버리가 열린 웨스트버지니아주 서밋벡텔 국립공원을 방문한 것은 7월30~31일 이틀뿐이었다. 이들은 잼버리 행사장에 있는 동안 '잼버리 부지 현지 답사(스페셜게스트 참관)' 업무를 수행했다고 보고했다.

    나머지는 ▲켄터키주 렉싱턴 말 방목지와 국제 말 박물관 등 방문(8월1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후버댐 견학(8월2일) 같은 사실상 관광 일정이었다. 렉싱턴 말 방목지와 후버댐 방문을 하고 작성한 보고서 내용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해 얻을 수 있는 정보였다.

    출장단은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렌터카와 비행기를 번갈아 타고 이동했다. 워싱턴DC~웨스트버지니아 구간(5시간), 웨스트버지니아~켄터키 구간(3시간40분), 켄터키~켄터키(렉싱턴) 구간(3시간)에서는 6~11인승 승합차를 대여해 이동했다. 운전기사와 현지가이드도 고용했다. 켄터키~라스베이거스 구간(5시간), 라스베이거스~샌프란시스코 구간(2시간)은 각각 비행기를 이용했다.

    이후 ▲캘리포니아(샌프란시스코) 식품농업부 방문(8월3일) ▲샌프란시스코 대규모 농업단지 현장방문(8월4일) 일정을 소화하고 8월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 8월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들이 7박9일 동안 미국에서 쓴 여행경비는 총 3520만원이었다.
  • ▲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과 농어촌공사 직원들이 방문한 미국 켄싱턴주 말 방목장. (출장보고서 캡처) ⓒ전성무 기자
    ▲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과 농어촌공사 직원들이 방문한 미국 켄싱턴주 말 방목장. (출장보고서 캡처) ⓒ전성무 기자
    외유성 출장 성격이 강하지만, 출장보고서에는 새만금 잼버리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농림부 측은 출장보고서에 "참가자들은 4년 전 일본 간척지에서 열린 잼버리는 그늘이 없어 더 힘들었다며 새만금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에 대해 우려가 많았음" "또한 협곡지대 기후로 인해 갑작스러운 소나기 및 천둥·번개로 대피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였으며, 대회장 부지의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넓은 대회장을 걸어 다니기에 불편함이 있었음"이라고 보고했다.

    농림부 측은 그러면서 "미국 잼버리에서도 흙바닥의 배수 불량, 그늘 부족 등 새만금 잼버리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음" "잼버리 대회를 위한 잔디 및 수목 식재 필요성을 대회 견학자들이 공감하여, 향후 이를 위한 다부처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됨"이라고도 적었다.

    농어촌공사 측 보고서에도 "새만금 대회장의 경우 간척지의 특성상 뜨거운 햇볕을 피할 나무가 없다는 점이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라 판단됨"이라고 밝혔다.

    이런 우려는 실제로 올해 새만금 잼버리에서 나타났고, 159개국 4만3000여 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은 부지 배수 불량으로 인해 진흙탕에서 야영을 하고, 그늘도 없는 광할한 부지에서 살인적인 폭염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에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자 결국 세계스카우트연맹은 7일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조기 철수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새만금 잼버리 관련 해외 출장은 총 90회 이상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혈세로 해외 출장을 가서 새만금 잼버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잼버리조직위를 비롯해 유관기관 어디에서도 4년간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은 셈이다.
  • ▲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과 농어촌공사 직원들이 이동한 미국 여행 경로. (출장보고서 캡처) ⓒ전성무 기자
    ▲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과 농어촌공사 직원들이 이동한 미국 여행 경로. (출장보고서 캡처) ⓒ전성무 기자
    정부와 전북도 등에 따르면, 새만금 잼버리에 투입된 예산은 총 1170억여 원이다. 이 중 74%에 달하는 869억원이 조직위 운영비로 배정됐다. 반면, 상하수도와 하수처리시설 등 기반 조성에 필요한 예산은 205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잼버리 관련 예산이 적절하게 사용됐는지 감사원 감사는 물론 향후 수사로까지 이어지는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새만금 잼버리를 챙기고 있는 만큼, 대통령실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선으로 새만금 세계잼버리 캠핑장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볼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7일에는 잼버리 참가자들의 수도권 비상 대피 계획 관련 '잼버리 비상대책반' 가동을 지시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6일 잼버리 부실 논란 관련 감사원 감사 가능성을 두고 "지금은 우리 정부가 말한 대로 지자체나 기업, 국민과 협력해 오는 12일까지 예정된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거기에 주안점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