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도 하시고 좋은 학식 가진 분이 왜 생각이 삐뚤어졌느냐" 김은경에 호통"집에 부모님 있죠? 투표하지 말고 빨리 죽으란 얘기랑 똑같다" 쓴소리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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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했다. 노인회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 면전에서 "사퇴하라" "생각이 삐뚤어졌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노인회 사무실을 방문해 "어설프게 말씀드린 것과 마음 상하게 한 것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을 푸셨으면 좋겠다"고 사과했다.이 자리에는 민주당 혁신위의 윤형중·김남희 혁신위원, 황희 민주당 의원과 노인회 측에서 김호일 회장, 최창환·이형술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이 부회장은 김 위원장을 보자마자 "사람이라는 것이 정이 있어서 보면 반가운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반갑지가 않다"며 혀를 찼다.김 회장은 "내년 4월이 선거이면 혁신위원장이 도움이 돼야 하는데 노인 폄하 발언을 하면 당에 도움이 되는가"라며 "OECD 회원국 중 노인만 특별히 빈곤율이 1위다. 춥고 배고프고 외로워서 자살도 많이 해 자살률 1위"라고 꼬집었다.이어 김 회장은 "정치권이 노인을 등한시해서 이렇게 어려운 지경에 방치됐는데 투표권을 왈가왈부 하니까 지금 난리가 아니다"라며 "노인들이 민주당사 앞에 와서 분신자살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다 때려 부숴야 한다고 하는 그런 지경"이라고 전했다.김 회장은 그러면서 "1000만 노인을 대표해서 내가 볼때기라도 때려야 노인들 분이 풀릴 것 같으니, 손찌검을 하면 안 되니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며 김 위원장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때리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이후 김 회장은 수차례 손바닥으로 사진을 치며 "정신 차려"라고 외쳤다. 이때 김 위원장은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김 회장은 2일에도 '노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사과하러 찾아왔을 때 같은 퍼포먼스를 했다. 양이 의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옹호하며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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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회 관계자들은 김 회장의 퍼포먼스 이후에도 분이 덜 풀린 듯 김 위원장에게 거듭 쓴소리를 이어갔다.최 부회장은 "나는 고등학교뿐이 안 나왔다. 유학도 하시고 정말로 좋은 학식을 가진 분이 왜 생각이 삐뚤어졌느냐"며 "지금 하시는 말을 보면 내가 잠이 안 온다. 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을 생각 없느냐"고 물었다.격앙된 모습을 보인 최 부회장은 "전반적으로 당신은 (혁신위원장) 자격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노인 비하 발언이) 그냥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사상이 그렇게 돼 있는 것"이라고 꾸짖었다.최 부회장은 이어 "민주당을 위해서라도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고 저는 생각한다"며 "960만 노인을 대표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에 황희 의원이 "너무 반성하고, 죄송하다"며 진정시키려 했지만 최 부회장은 "제 이야기는 사상적 문제"라며 "독일 유학가서 배워서 온 것이 기껏 그런 이야기냐"고 따져 물었다. 김 위원장은 독일 만하임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한 노인회 상임이사는 "집에 부모님 있죠? 그 부모님이 나이 들면 상당히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겠냐"며 "부모님 보고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으니까 밖에도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 투표하지 말고 빨리 죽으라는 이야기랑 똑같다. 어른들 심정이 그것"이라고 말했다.김 위원장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남편과 사별한 뒤 18년간 시부모를 모시다 지난해 말 선산에 모셨다는 등의 가정사를 언급한 뒤 "어르신들에 대해 공경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살아본 적 없던 것 같다"고 말하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이후 김 위원장은 노인회 측과 약 5분간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눈물을 글썽이며 "마음 아프게 한 점 정말 죄송하고 사죄드린다. 앞으로 이렇게 가벼운 언사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다짐했다.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따로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사과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04년 정동영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의장이 총선을 앞두고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이번 노인 폄하 (논란이) 확대돼 내년 4월 민주당 의석이 제대로 되겠나"라고 개탄했다.박 원내대표는 "회장님 말씀 아프게 받아들이고 감사하다. 또 그 안에 애정어린 충고도 있는 것 같다"며 "우리 당이 부족한 부분 지적도 명확하게 해줬고 다 저희들에게 약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김 위원장은 지난 7월30일 2030 청년들이 모인 좌담회에서 자신의 아들 의견을 소개한 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 대 1 표결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라며 "되게 합리적이죠?"라고 호응을 유도했다.이 발언은 노령층이 젊은층과 선거에서 똑같이 1표를 행사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돼 노인 비하 논란을 빚었다.여기에 양이원영 의원이 김 위원장의 말을 옹호해 논란을 더 키웠다. 양이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의 발언이 "맞는 이야기"라며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언급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양이 의원은 해당 글을 삭제한 뒤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