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도 하시고 좋은 학식 가진 분이 왜 생각이 삐뚤어졌느냐" 김은경에 호통"집에 부모님 있죠? 투표하지 말고 빨리 죽으란 얘기랑 똑같다" 쓴소리 이어져
  • ▲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노인 비하 발언 논란으로 사과 방문한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에게 사과를 받고 면담을 하는 중 김 위원장의 사진을 손으로 때리며 노인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노인 비하 발언 논란으로 사과 방문한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에게 사과를 받고 면담을 하는 중 김 위원장의 사진을 손으로 때리며 노인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노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했다. 노인회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 면전에서 "사퇴하라" "생각이 삐뚤어졌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노인회 사무실을 방문해 "어설프게 말씀드린 것과 마음 상하게 한 것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을 푸셨으면 좋겠다"고 사과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혁신위의 윤형중·김남희 혁신위원, 황희 민주당 의원과 노인회 측에서 김호일 회장, 최창환·이형술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김 위원장을 보자마자 "사람이라는 것이 정이 있어서 보면 반가운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반갑지가 않다"며 혀를 찼다. 

    김 회장은 "내년 4월이 선거이면 혁신위원장이 도움이 돼야 하는데 노인 폄하 발언을 하면 당에 도움이 되는가"라며 "OECD 회원국 중 노인만 특별히 빈곤율이 1위다. 춥고 배고프고 외로워서 자살도 많이 해 자살률 1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회장은 "정치권이 노인을 등한시해서 이렇게 어려운 지경에 방치됐는데 투표권을 왈가왈부 하니까 지금 난리가 아니다"라며 "노인들이 민주당사 앞에 와서 분신자살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다 때려 부숴야 한다고 하는 그런 지경"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1000만 노인을 대표해서 내가 볼때기라도 때려야 노인들 분이 풀릴 것 같으니, 손찌검을 하면 안 되니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며 김 위원장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때리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김 회장은 수차례 손바닥으로 사진을 치며 "정신 차려"라고 외쳤다. 이때 김 위원장은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김 회장은 2일에도 '노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사과하러 찾아왔을 때 같은 퍼포먼스를 했다. 양이 의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옹호하며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등 노인회 관계자들에게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등 노인회 관계자들에게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노인회 관계자들은 김 회장의 퍼포먼스 이후에도 분이 덜 풀린 듯 김 위원장에게 거듭 쓴소리를 이어갔다. 

    최 부회장은 "나는 고등학교뿐이 안 나왔다. 유학도 하시고 정말로 좋은 학식을 가진 분이 왜 생각이 삐뚤어졌느냐"며 "지금 하시는 말을 보면 내가 잠이 안 온다. 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을 생각 없느냐"고 물었다.

    격앙된 모습을 보인 최 부회장은 "전반적으로 당신은 (혁신위원장) 자격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노인 비하 발언이) 그냥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사상이 그렇게 돼 있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최 부회장은 이어 "민주당을 위해서라도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고 저는 생각한다"며 "960만 노인을 대표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황희 의원이 "너무 반성하고, 죄송하다"며 진정시키려 했지만 최 부회장은 "제 이야기는 사상적 문제"라며 "독일 유학가서 배워서 온 것이 기껏 그런 이야기냐"고 따져 물었다. 김 위원장은 독일 만하임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 노인회 상임이사는 "집에 부모님 있죠? 그 부모님이 나이 들면 상당히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겠냐"며 "부모님 보고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으니까 밖에도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 투표하지 말고 빨리 죽으라는 이야기랑 똑같다. 어른들 심정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남편과 사별한 뒤 18년간 시부모를 모시다 지난해 말 선산에 모셨다는 등의 가정사를 언급한 뒤 "어르신들에 대해 공경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살아본 적 없던 것 같다"고 말하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김 위원장은 노인회 측과 약 5분간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눈물을 글썽이며 "마음 아프게 한 점 정말 죄송하고 사죄드린다. 앞으로 이렇게 가벼운 언사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다짐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따로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사과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04년 정동영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의장이 총선을 앞두고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이번 노인 폄하 (논란이) 확대돼 내년 4월 민주당 의석이 제대로 되겠나"라고 개탄했다.

    박 원내대표는 "회장님 말씀 아프게 받아들이고 감사하다. 또 그 안에 애정어린 충고도 있는 것 같다"며 "우리 당이 부족한 부분 지적도 명확하게 해줬고 다 저희들에게 약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30일 2030 청년들이 모인 좌담회에서 자신의 아들 의견을 소개한 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 대 1 표결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라며 "되게 합리적이죠?"라고 호응을 유도했다. 

    이 발언은 노령층이 젊은층과 선거에서 똑같이 1표를 행사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돼 노인 비하 논란을 빚었다.

    여기에 양이원영 의원이 김 위원장의 말을 옹호해 논란을 더 키웠다. 양이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의 발언이 "맞는 이야기"라며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언급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양이 의원은 해당 글을 삭제한 뒤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