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덕 前 대공수사단장 "모든 기업에 공산당 감시 조직 두는데 대량 발송 몰랐겠나""文정부 '국정원법 개정안'으로 간첩 수사권 폐지… 무력화되자 중국이 만만히 본 것"이지용 교수 "중공·북한, '괴소포사건'에 대한 국내 대응 분석해 향후 이용할 수도"
  • ▲ 국가정보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가 지난 4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황윤덕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의 모습. ⓒ서성진 기자
    ▲ 국가정보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가 지난 4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황윤덕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의 모습. ⓒ서성진 기자
    '중국발(發) 괴소포 대량 발송' 사건은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으로 결론이 나는 모양새이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단순한 브러싱 스캠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사단법인 양지회 부회장과 한국통합전략연구원(양지회 부설) 원장을 맡고 있는 황윤덕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은 25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으로 국정원이 중국을 비롯한 공산주의와 공산당에 대한 대공 보안정보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더욱 심각한 괴소포 테러가 발생할 경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황 전 단장은 "과거에는 해외발 괴소포가 국내로 발송되면 일반 방첩기관과 대공 방첩기관이 합동심사를 했지만, 국정원법 개정안으로 국내 보안 기능이 없어져 오로지 북한과 직접적으로 관련됐다는 혐의점이 있는 것에 대해서만 합동심사를 하게 됐으니 무방비 상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기업체가 선양·톈진·베이징·시안 등 중국에 수많은 자회사나 지점을 갖고 있다는 부분을 생각해보자. 한 업체가 집중적으로 괴소포를 보냈더라도 발송지가 다르다면 우리는 한 업체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언급한 황 전 단장은 "이를 이용해 공산당 조직이 국내에 테러 물질을 보내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황 전 단장은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인 중국은 모든 업체와 사업소 안에 공산당 감시 조직(세포조직)을 둔다. 괴소포를 발송한 중국 업체가 공산당이 모르는 상태에서 (괴소포를) 해외로, 그것도 특히 양안(兩岸)관계에 있는 대만으로 대량 발송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국정원법 개정안으로 대공 기능과 국내 보안정보 기능을 상실한 대한민국을 중국이 만만하게 본 것이다. 앞으로 이런 사태는 계속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 전 단장은 미국·캐나다 등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대만을 경유한 중국발 소포가 대량 발견된 브러싱 스캠인 '씨앗 소포' 사건을 언급했다. 

    "전례가 있었으니만큼 대공 방첩(counter intelligence) 기능이 활성화됐다면 대공 당국이 소포를 보낸 중국 업체와 중공을 주시할 수 있었겠지만 국정원법 개정안으로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 황 전 단장의 우려다.

    황 전 단장은 "경찰과 국정원에는 방첩 기능이 있지만, 이는 일반 방첩일 뿐이지 대공 방첩은 아니다. 국정원법 개정안으로 국정원은 국내 보안정보, 대공, 대정부 전복과 관련한 직무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수사 후 확정할 수 있는) '북한과의 연계성'이라는 혐의점을 수사 전에 입증하는 경우에 한해 국정원이 정보를 수집하고 수사할 수 있다"며 "공산주의권에 대해 수사국에서 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졌으니 중국이 보기에 대한민국이 얼마나 만만하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아울러 황 전 단장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형법 제250조 등이 갖는 '위하적 기능'을 주목하며 "대공 기능이 살아 있었다면, 해당 소포를 중국 업체에서 보냈든 중공이 보냈든 간에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경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정원법 개정안으로 대공 방첩 기능이 아예 없어졌으니 중국이 보기에 대한민국이 만만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황 전 단장은 이번 사건이 대한민국과 대만 간 '자유연대'의 '이간(離間) 책동'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업체는 소포를 대량 발송하면서 직통으로 보내지 않고 대부분 대만을 경유해 보냈다. 처음에는 대만발(發)인 줄 알고 국내에서 대만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는데 알고 보니 중국발(發)이었던 것이다. 중국에서 직통으로 대한민국에 보내지 않고 왜 하필 대만을 집중적으로 경유했겠는가"라는 의문이다.
  • ▲ 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5월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체주의 국가들의 영향력 공작 실태 및 우리의 현실'을 주제로 열린 '한국세계지역학회' 춘계학술회의에서 발제를 통해
    ▲ 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5월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체주의 국가들의 영향력 공작 실태 및 우리의 현실'을 주제로 열린 '한국세계지역학회' 춘계학술회의에서 발제를 통해 "중국의 초한전 침탈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문정 기자
    중국과 북한 등 공산주의 세력이 한국 정부·사회의 반응을 분석해 향후 괴소포를 활용, 민심 교란과 불안 심리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공의 영향력 공작(회색지대전략)에 경종을 울려온 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도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이번 사건을 중공의 '초한전'(모든 한계를 초월하는 무제한 전쟁)의 일환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이 사건에 관여했든 하지 않았든 중공은 이 사건을 반드시 모니터링하고 한국 정부와 사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해 참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중공이 마음먹고 이러한 방식을 이용하려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고 그 파급력은 매우 클 수 있다. 대만을 경유해서 대만에 대한 경계 심리를 조장하거나 일본이나 동남아 국가 등을 경유해 국내 민심 교란과 불안 심리 조장할 수 있다. 북한도 중국이나 대만 등을 경유해 한국에 대한 이와 비슷한 방식의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관측했다.

    이 교수는 "북한도 이 사례에 분명 주목할 것"이라며 "국민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러한 테러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관은 국정원이 유일하다. 반드시 국정원의 방첩 기능을 유지하고 확대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