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前 대통령 서거 58주기, 현충관 둘러싼 추모 물결이승만 영정 좌우로 尹대통령, 김진표 국회의장 화환 배치한덕수 국무총리 비롯해 국무위원 일동이 보낸 화환도 눈길국회의장·국무총리 화환이 추모식장에 놓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영일 "이승만 대통령 초상이 크게 새겨진 화폐도 나와야 한다"MZ 손영광 "비웃었던 할아버지, 제가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아"
  • ▲ 이승만 건국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서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거행됐다. 이날 추모식 연단에는 김진표 국회의장, 국무총리 외 국무위원 일동의 조화가 추모식 처음으로 올랐다. ⓒ정상윤 기자
    ▲ 이승만 건국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서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거행됐다. 이날 추모식 연단에는 김진표 국회의장, 국무총리 외 국무위원 일동의 조화가 추모식 처음으로 올랐다. ⓒ정상윤 기자
    국부(國父) 이승만 전 대통령 추모식장이 달라졌다.

    19일 오전 11시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건국대통령 이승만 서거 58주기 추모식'이 개최됐다.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에도 황교안 (사)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장과 이인수 박사 내외를 비롯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나경원·이영일 전 의원, 정운찬 전 총리, 최재형·서정숙 의원 등 이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추억하는 500여 명이 추모식장을 가득 메웠다.

    현충관은 전국에서 온 화환으로 둘러싸였다. 입구에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화환이 참석자들을 가장 먼저 맞이했다. 

    핍박과 멸시 등 고난을 겪으면서 외면 당했던 과거 추모식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전날까지 가득했던 먹구름도 맑게 개였다. 선명한 햇빛에 건물을 둘러싼 하얀 국화들이 더욱 환하게 보였다.

    행사장 가장 안쪽에 모셔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영정 오른쪽에는 윤석열 대통령, 왼쪽에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이름이 적힌 화환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일동이 보낸 화환이 놓여 있었다.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화환이 이 전 대통령 추모식에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과 역사적 평가가 사뭇 달라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행사를 후원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화환도 눈에 띄었다. 박 장관의 화환은 국회의장 화환 옆에 위치해 있었다.
  • ▲ 황교안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이승만 건국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식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황교안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이승만 건국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식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문무일 사무총장의 개회선언을 시작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 선열에 대한 묵념이 차례로 진행됐다. 이어 이규학 이승만전집발간위원장의 추모 기도, 이 전 대통령이 생전 영어로 연설하는 목소리가 최초 공개된 KBS 다큐 '우리의 기억' 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행사 주최자이자, 참석자들을 대표해 단상에 오른 황교안 회장은 먼저 이 전 대통령의 영정 앞으로 다가가 묵례한 뒤, 영정을 바라보며 준비해온 글을 읽었다.

    황 회장은 "건국 지도자이자 한미동맹 주역인 이승만 건국대통령 영정 앞에 우리 모두 옷깃을 여미고 넋을 기리는 오늘은 어느 때보다도 감회가 깊고 새롭다"며 "독립운동에 젋음을 바치고, 건국과 호국에 평생을 바친 '혁명가 이승만'은 평생 독립국가를 외쳤고, 결국 대한민국 독립을 이뤄냈다"고 소개했다.

    이어 추모사에 나선 박민식 장관은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념과 진영 논리로 그(이승만)의 공을 퇴색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부정하려고 든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미래 세대에게 더 풍요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이승만의 마음으로, 그 정신으로, 다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당신(이승만)의 90 평생은 조선 왕조의 망국과 독립운동과 자유 대한민국 건국과 호국과 망명의 거대한 역사박물관 그 자체"라며 "좌우로 대립하고, 남북으로 분단되고, 소련·중공·북한이 침략하는 악조건 가운데서 자유 대한민국을 건국·호국하시느라 15년간 악전고투했다"고 추모했다.
  • ▲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이승만 건국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이승만 건국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지난해보다 더 기뻐… 4·19와 이승만 대통령 사이 역사의 아픔 뛰어넘어"

    4·19혁명을 이끈 주역으로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고문을 맡은 이영일 전 의원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 기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 고문은 "저를 포함한 4·19 노장 세대 60여 명이 이승만 대통령 탄신 148주년을 맞은 지난 3월26일 현충원 묘소를 참배하고, 그분의 명복을 빌었다"며 "이러한 행사를 가짐으로써 4·19세대들과 이승만 대통령 사이에 놓인 역사의 아픔을 뛰어넘었다"고 자평했다.

    이 고문은 이어 "오늘 추모 행사가 더 의의가 큰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기념관을 건립하고, 그분의 '공과'를 공정하게 평가해 역사의 귀감을 삼자고 제창했기 때문"이라며 "참으로 기쁜 소식이고, 정말로 획기적인 결단"이라고 언급했다.

    이 고문은 "유감스럽게도 이 나라의 역대 정권들은 역사 속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지우고 깎아내리는 망동을 사실상 묵인해왔다"며 "공산당에 동조하는 학자들이 나서서 이승만을 왜곡 비난해도 이를 방관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고문은 "결국 북한 공산당의 심리전이 지난 70년 동안 그대로 먹힌 것 아닌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이승만 대통령을 우리 역사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운 건국대통령으로 확실히 부활시켜야 한다. 이승만이 다시 살아나야 공산당이 무너지고, 대한민국이 통일 역사를 주도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고문은 "이제는 조선시대 인물만으로 장식된 광화문 광장도 대한민국의 인물들로 바뀌는 '대한민국의 시대'를 기필코 열어야 한다"며 "이승만 대통령 초상이 크게 새겨진 화폐도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청중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 ▲ 이영일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고문(전 국회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이승만 건국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영일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고문(전 국회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이승만 건국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할아버지처럼 젊은 날의 결심으로 민족과 나라 사랑하고, 십자가의 길 걷겠다"

    다음으로 20대에 서울대 공학박사를 거머쥔 MZ세대 손영광 바른청년연합 대표가 단상에 올랐다. 손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을 "이승만 대통령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헌사했다.

    손 대표는 자신을 "할아버지의 지혜와 사랑 덕분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서 자유와 인권, 그리고 번영을 마음껏 누리며 살아가는 30대 청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부끄럽게도 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할아버지를 잘 몰랐을 뿐 아니라 미워하기까지 했다"며 "학창시절 공교육과 방송, 문화를 통해 접한 할아버지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모습 일변도였다. 친구들과 함께 비웃었던 적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손 대표는 "그러나 우연찮은 기회로 조선시대·대한제국·일제시대·해방정국의 현실, 할아버지가 살아온 삶을 알게 됐고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손 대표는 "부족하나마 할아버지처럼 젊은 날의 결심으로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고, 기쁨으로 예수의 십자가의 길을 걷기를 다짐한다"며 "물질주의·이기주의·현세주의로 치닫는 현 세대의 문화를 바로잡고,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데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손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천국에서 응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이 전 대통령이 20대 시절 한성감옥에서 쓴 '독립정신' 구절 "천국에서 다같이 만납세다!"를 외치며 말을 마쳤다.

    배재학당재단 조보현 이사장은 한미동맹 70주년의 뿌리이자 기초가 된 한미상호방위조약 담화문을 낭독했다. 배재아펜젤러합창단의 특별 찬송, 유족 및 대표자의 헌화 및 분향, 고인에 대한 묵념 등이 추가로 이어졌다.

    가장 마지막으로 이인수 박사가 유족을 대표해 자리에서 일어나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혼자 서 있기 어려운 불편한 몸에도, 이 박사는 오른손으로 마이크를 꼭 쥔 채 "58년간 빠짐없이 추모의 정을 보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 박사는 "그동안 아버님께서 이룩하신 자유민주주의를 우리 국민 모두가 지켰다"고 덧붙였다.
  • ▲ 이인수 박사 내외가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이승만 건국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서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인수 박사 내외가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이승만 건국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서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