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이정근 재판… 회계사무보조자 증인 출석"회계책임자가 회계 프로그램 사용법도, 회계보고서 작성법도 몰라"
  • ▲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3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3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 3·9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선거 캠프가 선거 비용 보전 청구 등 회계 처리를 졸속으로 했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총장 등 12명을 대상으로 한 공판기일을 열고 지난해 재보궐선거 당시 이정근 캠프에서 회계사무보조자로 일한 김모 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김씨의 '이정근 캠프 선거 비용 보전 청구' 관련 증언은 재판부의 직접 증인신문 과정에서 나왔다. 선거 비용 보전 제도란 선거를 치른 뒤 일정 유효득표수를 얻은 후보자에게 국가가 제한액 범위 내에서 홍보물 제작비 등 선거운동에 들어간 비용을 대신 갚아 주는 제도다.

    김씨는 교차확인도 없이 선거운동 관련 용역업체에 비용을 입금했다고 밝혔다. 업체가 견적서 및 청구 내역 등을 보내면서 교차확인도 없이 비용을 지급했다는 것.

    재판부는 "실제 캠프와 업체 사이 계약이 어떻게 이행됐는지 등 확인을 해야 할 텐데 누구에게 확인 받은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김씨는 "회계책임자 손씨가 '계약 다 끝난 것이니 업체에서 (청구) 받으면 그대로 입금하라'고 지시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손씨가 지시를 내렸을 때 업체로부터 이미 청구 받은 상태였느냐"고 재차 물었고, 김씨는 "받지 않은 상태였다"며 "그냥 위에서 확인했다고 생각해 그대로 입금한 것"이라고만 말했다.

    김씨의 증언에 재판부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청구가 맞는지 아무에게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냐. 손씨가 따로 금액을 정해줬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이미 업체와 이야기가 다 끝났으니 그대로 송금하라고 지시했다"며 "가격의 맞고 틀림은 손씨 책임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했다"고 언급했다.
  • ▲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뉴시스
    ▲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뉴시스
    "회계 관련 서류를 다른 보좌관이 관리… 회계책임자가 누구인지도 헷갈려" 

    김씨는 회계사무보조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정작 자신의 직속상관에 해당하는 회계책임자가 누구인지 헷갈렸다고 증언했다.

    재판부가 "회계사무보조자 선정 이후 회계책임자 등 캠프 관계자들과 직접 인사를 나눈 날 저녁 '회계책임자가 누구실까요'라는 문자를 왜 보냈느냐"고 묻자 김씨는 "회계책임자로 손모 씨를 소개 받았지만, 허위로 등록돼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명확히 인지하기 위해 물었다"고 답했다.

    이정근 캠프 회계책임자 손씨가 회계 프로그램 사용법은 물론 회계보고서 작성에 관한 지식도 없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손씨는 이 전 부총장 지역구인 서울 서초구에서 기초의회 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손씨를 회계책임자로 소개 받았음에도 이를 제 삼자에게 재차 확인하려 한 이유를 캐물었다. 그러자 김씨는 "회계책임자가 갖고 있어야 할 서류를 모두 보좌관 장모 씨가 갖고 있었다"며 캠프 회계 업무와 관련한 이야기도 손씨보다는 장씨와 더 많이 나눴다고 부연했다.

    김씨는 선거사무원 인건비 액수와 관련한 출석 명부 등 자료도 모두 장씨로부터 받아 처리했다고 한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선거사무원에게 규정을 초과한 수당을 지급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날 증인신문 내내 초조한 듯 긴장한 모습을 보인 김씨는 최후 진술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캠프에서) 도와 달라고 해서 손씨의 지시를 이행했을 뿐"이라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김씨는 "힘들게 두 달 동안 일했을 때는 감사해 하고 엄청나게 칭찬하더니, 지금 와서 다 제가 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제가 사회 초년생이어서 만만하게 본 것 같기도 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