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창문으로 빗물 올라오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강남구청 "물막이판 설치비 지원해도 건물주가 기피하는 경향 있어"
  • ▲ 13일 오후 3시 강남구 영동시장 앞 도로에 빗물이 차오르고 있다. ⓒ시민 제공
    ▲ 13일 오후 3시 강남구 영동시장 앞 도로에 빗물이 차오르고 있다. ⓒ시민 제공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강남지역이 침수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강남역·논현역·역삼역 일대에선 역사가 침수되고 상하수도시설이 역류하는 등 물난리가 났다. 강남구청은 이러한 피해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올해 1월부터 폭우 대비에 힘을 쏟았다. 뉴데일리는 강남역 일대를 취재하며 장마에 강남이 작년과 달리 안전한지 둘러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13일 수도권에 최대 250mm의 폭우가 내렸다. 11일에 내린 비보다 4배가량 쏟아진 셈이다. 장마는 20일까지 이어진다. 오전 6시부터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은 "저지대 침수 및 하천 범람 위험과 유의하며 상하수도시설의 물 역류 가능성에 대비하는 등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11일에는 장마의 시작을 알리며 폭우가 쏟아졌다. 13일에 비해 비교적 비가 덜 내렸지만 평소의 장마와 다르게 소나기성으로 강한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11일 오후 세 시 기준으로 60~150mm가 내렸으며 많은 곳은 180mm가 내렸다.

  • ▲ 13일 오후 1시 강남구 논현동 인근의 한 반지하 주택 창틀 밑으로 빗물이 차오르고 있다. 이 빌라에는 물막이판이 설치 되지 않았다. ⓒ임준환 인턴기자
    ▲ 13일 오후 1시 강남구 논현동 인근의 한 반지하 주택 창틀 밑으로 빗물이 차오르고 있다. 이 빌라에는 물막이판이 설치 되지 않았다. ⓒ임준환 인턴기자
    "반지하 참사·강남 물난리, 이대로 가면 재발할 확률 높아 보인다"

    13일 취재진이 둘러본 강남역 일대는 폭우로 위태해 보였다. 오후 3시도 안 돼 지하주차장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빌라의 경우 반지하 창문 언저리까지 빗물이 차오른 곳도 있었다. 논현동 영동시장 앞 도로에서도 작년 물난리 현장이 재현됐다.

    취재진은 11일과 13일 반지하 가구 창문의 물막이판 설치 여부를 조사했다. 강남·논현·역삼 일대의 반지하 가구 88곳을 살펴봤다. 확인 결과 물막이판을 설치하지 않은 가구는 80%(71곳)나 됐다. 이틀에 걸쳐 한 취재를 종합하면 침수 대비책의 수혜를 받아야 할 반지하 가구 대부분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강남구청 측은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3개 동 202가구에 물막이판을 설치했다"고 했다. 하지만 강남구 반지하 가구가 5400세대가 넘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전체의 4% 정도에 불과하다.

    강남구 논현동 반지하 가구에 사는 주민 박모(32)씨는 "얼마 전 비가 많이 왔지만 이제부터가 더 걱정이다"라며 "그때도 창틀 가까이 빗물이 올라왔는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에도 짧은 시간에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오후 4시 반쯤부터 강남 곳곳에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반지하 가구 창틀 아래까지 빗물이 차올랐다. 

    대형 빌딩 지하주차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강남역 도로변 빌딩 대부분의 지하주차장 입구엔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 ▲ 11일 오후 3시 강남구 역삼역 인근의 대형 빌딩 지하주차장에서 관리원이 물을 퍼내고 있다. ⓒ유동선 인턴기자
    ▲ 11일 오후 3시 강남구 역삼역 인근의 대형 빌딩 지하주차장에서 관리원이 물을 퍼내고 있다. ⓒ유동선 인턴기자
    논현초 인근의 한 부동산업자는 "신논현역을 비롯한 논현동 인근은 저지대라 침수에 취약하다"면서 "지자체에서 물막이판 설치를 추진 중이지만 (설치가) 안 된 반지하가 체감상 90%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난감한 표정이다. 구청은 올해 1월부터 폭우 대비를 해왔다. △빗물받이 전담반 운영 △맨홀추락방지시설 설치 △모래마대 보관함 배치 △양수기·펌프 등 수방장비 비치 등 호우 대비를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했다. 그러나 물막이판 설치에 있어선 강남구청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물막이판 설치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남구청 취수과 관계자는 "반지하 가구 물막이판 설치 비용은 구청이 전액 부담한다"며 "그런데도 외관이나 사후관리 등의 문제 때문에 건물주가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물막이판은 건물주가 구청에 요청해야 설치를 해준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강남구 반지하 세대 5400가구의 모든 건물주들이 먼저 구청에 물막이판 설치를 요청하지 않으면, 대비정책이 있어도 무용지물인 셈이다. 

    강남구청 측의 홍보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취수과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서 구청마다 침수 취약 지역 및 반지하 가구 명단을 내렸으며 적극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월부터 주민센터에 주민들이 볼 수 있게 팸플릿과 안내문을 배치하고 강남구보에도 알렸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안내를 보지 못한 분들이 있을 수 있어 건축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직접 설득하러 다녔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