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업계 "IAEA와 대한민국 정부, 입장 다르지 않아"수산업계 "정치권 믿지 말고 과학 믿어야 한다는 입장"좌파단체 "IAEA 보고서는 신뢰성이 떨어진다" 황당 주장
  • ▲ (왼쪽부터)김대성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 회장과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뉴데일리DB
    ▲ (왼쪽부터)김대성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 회장과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뉴데일리DB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리자 국내 원자력 전문가와 수산업계는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전에 IAEA에서 발표한 중간보고서와 내용이 다르지 않다"며 "IAEA와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결과에 대해 평가했다.

    정 교수는 "국제사회에선 오염수 방류 문제를 국가가 결정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며 "우리가 (일본 측에) 방류하지 말라는 건 하나의 내정 간섭"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최근 국민의힘이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 '후쿠시마 원정 합동 검증단' 파견을 제안한 것에 대해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허락할 일도 없을 뿐더러, 남의 나라에 그렇게 요구하는 것도 무모한 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IAEA가 우리를 대신해 결과 보고서까지 발표했는데, 이를 부인하고 정부가 그렇게 나서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강건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도 "보고서에는 IAEA가 1년간 조사한 결과와 더불어 일본 후쿠시마 주민들의 영향, 향후 모니터링 계획 등이 담겼다"며 "결론적으로 후쿠시마 어민과 주민들은 무시할 정도의 수준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도 2011~2013년도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 작동 전에 우리 바다 해역을 매달 측정해 보고서화를 한 자료가 있다"며 "거의 모든 종류의 물고기들을 다 검사해 보고해놨는데 그간 변화가 전혀 없어 이미 검증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일본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방류한 오염수가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 도착했다"면서도 "시뮬레이션 결과, 1경 분의 1 정도로 희석돼 굉장히 미비한 수준"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앞 바다에 오는 삼중수소의 양을 계산해보면 6000억년 정도 사람이 노출되면 기준치에 초과하는 정도"라며 "예를 들면 후쿠시마 거주 주민이 5000년 정도 살면 기준치를 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즉 사람이 5000년 이상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삼중수소에 의한 피폭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수산업계 "보고서 결과 믿어야… 인간은 '자연 순리' 못 이긴다"

    김대성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 회장은 "우리나라 국민은 대한민국 헌법을 따라야 하듯, 원자력 전문가들이 모인 IAEA 국제기구에서 발표한 결과라면 믿어야 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일본과 IAEA간의 유착 의혹에 대해선 "만약 짜고 친다고 생각한다면, 한국, 중국 등 각 나라의 전문가들은 대체 어떻게 되겠냐"며 반문했다.

    이어 김 회장은 "후쿠시마에서 한국까지 오려면 1000km가 넘는데, 일본 해역의 고기가 우리나라로 넘어올 수가 없다"며 "인간은 바다 속을 절대 알 수가 없고, 자연의 순리도 못 이긴다"고 거듭 강조했다.

    차덕호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회장은 "IAEA 결과는 저희가 생각했던 대로 나왔으나, 문제는 정치권"이라며 "사실 수산업계 종사자들은 크게 신경도 안 쓴다"고 언급했다.

    차 회장은 "상인들은 정치권을 믿지 말고 과학을 믿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10여 년 전에도 일본에서 오염수를 방류했었지만,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었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소비자분들이 광우병 괴담, 조류 독감 정도의 영향력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정말 걱정되는 건 방류 이후의 문제일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불행 중 다행인건 현재 수산업계는 비수기"라며 "보통 7~8월에 상인들도 휴가를 가서 자리를 많이 비우는데 이건 오염수 문제와는 별개"라고 당부했다.

    좌파단체들은 IAEA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민노총을 비롯한 좌파단체는 전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정권 규탄 및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기후행동팀장은 "일본은 여전히 불투명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왜 우리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는 IAEA 보고서대로 결정해야 하냐"며 "일본이 오염수를 자국 내 보관하는 것이 최선의 답"이라고 주장했다.

    좌파단체들은 IAEA가 오염수의 해양 방류 영향을 평가할 만한 기구가 아니고, IAEA에서 내놓은 보고서 역시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도한영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오염수를 처리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해양 방류라는 일본 정부의 선택을 전제로 IAEA가 동의해 주는 형태가 아니냐"며 "해양 방류가 최적의 선택인지, 보고서가 적정성을 판단할 만한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IAEA는 오염수가 방류됐을 때 해양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고 본다"며 "채취한 시료나 시료 검증 과정이 공개되지 않았고, 이번 보고서가 신뢰할 수 있는 자료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반발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측은 "IAEA가 아닌 건강 문제를 직접 다루는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