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립성·공정성 수호 직무 방임… 면직 사유 충분히 소명돼""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알고도 묵인… 사실상 승인한 것"
  • ▲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 22일 오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 22일 오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DB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면직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23일 기각됐다. 한 전 위원장이 계속 직무를 수행할 경우 방통위를 향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돼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강동혁)는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한 전 위원장의 면직처분집행정지가처분 신청에 최종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이 사건 면직 처분으로 인해 잔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직무 수행의 기회가 박탈되는 한 전 위원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한 전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으로서 방통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소관 사무를 통할하는 기관장인 바, 종편 재승인 심사업무 등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그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할 직무상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재승인 심사의 공정성이 현저하게 침해됐다고 볼 수 있는 점 △평가점수가 사후에 수정된 것을 인지했으리라고 봄이 합리적인 점 △사실관계 및 경위를 조사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점 △위법·부당한 상황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고 사실상 승인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면직 사유는 충분하다고 봤다.

    법원은 "방송의 중립성·공정성을 수호할 중대한 책무를 맡은 방통위원장으로서 그 직무를 방임하고 소속 직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방기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 이 점과 관련한 면직 사유는 일응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법원은 "한 전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가 개시됐을 때도 점수 수정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방통위 공무원들로 하여금 '방통위는 심사위원들의 점수 평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허위사실이 기재된 보도 설명자료를 작성·배포하게 하기도 한 바, 이 점과 관련한 면직 사유도 일응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한 전 위원장 등이 위법행위로 인해 기소됨에 따라 방통위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며 "공정성·객관성·투명성이 보장돼야 하는 방통위의 심의·의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공공의 이익이 심각한 지장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 박경섭)는 지난 5월2일 한 전 위원장을 위계공무집행방해, 직권 남용,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구체적으로 한 전 위원장은 2020년 3월11일 TV조선에 비판적인 시민단체 인사를 선임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단체는 편향성을 이유로 이미 재승인 심사위원 추천 단체 선정 단계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또 평가점수 누설과 점수 조작을 수차례에 걸쳐 보고 받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승인하고 적극적으로 은폐할 것을 지시한 혐의, 이와 관련한 허위 내용의 보도 설명자료를 작성한 혐의 등도 있다.

    이후 검찰이 지난 3월24일 한 전 위원장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현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기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