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혁신 책임자' 김은경… "이재명 사법 리스크 관리할 이유 없다"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가 본격적으로 출범해 첫 회의를 가졌다. 혁신기구 수장을 맡은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의 윤리 회복을 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해결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 교수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첫 회의에서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국회의원 코인 투자 사건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윤리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 혁신위원회는 윤리 회복을 실현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안해 민주당이 신뢰 정당이 되게 하겠다"고 자신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친문재인 인사로 분류되는 것을 의식한 듯 "저는 정치권에 빚이 없는 사람이다. 당연히 친명(친이재명)도, 비명(비이재명)도, 친문도, 비문도 아니다"라며 "계파의 이익, 일부 강성 당원의 요구,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한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해에 대해서 한치의 관심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저는 책임있는 정당 민주당 혁신기구의 수장으로서 엄중히 경고한다. 이 시간 이후로 당내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고 혁신의 동력을 저해하는 모든 시도와 언행에 대해서는 일절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회의 후 질의응답에서 "혁신위가 나오게끔 됐던 가장 기초사건이 돈 봉투 사건과 코인 문제인데, 돈 봉투 사건은 보니까 약간 조직의 문제인 것 같고, 코인은 개인의 이탈문제인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앞서 김 교수는 혁신기구 책임자로 임명된 직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학교에 수업하러 운전하고 가면서 전화를 받고 사적으로 한 이야기"라며 "저를 비롯해서 혁신위원들은 민주당이 져야 할 정치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적 쇄신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러나 당내 최대 이슈인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사법판단 분야로 넘어갔다"며 "그 문제를 관리할 이유가 없을 것 같고 민주당의 제도적 쇄신 과제, 혁신 과제 협업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김 교수가 자신을 임명한 이 대표에게 칼날을 겨눌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렇지 않을 경우 '허수아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는데, 김 교수가 사실상 사법 리스크 문제는 방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7명의 혁신위원 1차 명단이 발표되기도 했다. 혁신위는 ▲김남희 변호사 ▲윤형중 LAB2050 대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지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이해식 민주당 국회의원 ▲이선호 민주당 울산광역시당 위원장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차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 캠프에 영입된 인사이기도 하다. 차 교수는 지난해 2월 이 대표를 대신해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을 하기도 했다. 윤 대표도 '이재명 선대위'에서 정책본부 정책분석팀장을 지냈다. 이 의원은 대선 당시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의 배우자실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