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尹, 민생·경제·정치·외교·안전 포기" 비판국민의힘 "돈봉투·남국코인·굴종외교·성비위·방탄 민주당의 내로남불" 받아쳐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정부 출범 1년을 평가하며 "민생·경제·정치·외교·안전을 포기한 5포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이율배반과 내로남불, 무능과 무지로 일관한다"고 맞받아쳤다.

    이재명 "尹정부는 국민포기정권"

    이 대표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윤석열정부의 민생·경제·정치·외교·안전 등 5대 분야를 겨냥해 "한마디로 5포 정권, 국민포기정권"이라고 평가했다.

    먼저 이 대표는 민생과 관련해 물가상승과 치솟는 가스비·전기요금으로 폐업한 자영업자 사례를 언급하면서 "올 1분기 가계부채 총액은 약 1854조원이다. 한국은 세계 34개 주요국 가운데 가계빚이 GDP를 넘는 유일한 나라"라며 "하지만 정부는 마른 수건 쥐어짜듯 서민과 중산층을 쥐어짜며 민생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는 "무리한 초부자감세로 부동산·자산·금융·사업소득 세수는 수십조원까지 줄어 역대급 '세수 펑크'를 불렀다"며 "유리지갑인 직장인과 서민의 부담만 늘어, 소득 재분배라는 조세 기능은 역행하고 양극화 불평등은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외교정책도 비판했다. 정부가 강제징용문제 해법으로 내놓은 '제3자 변제' 방안에 "일본의 사과 기회마자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과 관련해서는 "오염수 안전성 홍보에 우리 정부가 일본정부보다 오히려 더 나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전분야와 관련해 이태원참사를 거론한 이 대표는 "234일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국가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국민 안전의 무한책임자인 집권여당은 야4당이 발의한 '이태원참사특별법'마저 반대하고 있다. 참으로 비정하다"고 개탄했다.

    이 대표는 이어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는 구절을 인용해 검·경 수사를 비판했다. 

    "검·경의 구둣발은 제1야당 당사도, 국회 사무처도, 언론기관도 가리지 않는다"고 전제한 이 대표는 "대통령이 말하는 '우리 국민'에는 정부와 생각이 다른 노조·시민단체·국민은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연설, 부끄러움은 국민 몫"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각종 비리사건에 연루돼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자신의 상황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을 향한 검·경의 수사를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대표가 소설 '동물농장'을 인용한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발언은 민주당의 최근 행보와 어긋난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돼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때 부결을 주도했다. 노웅래 의원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라는 말은 일반국민보다 '특혜를 받아야 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소설 '동물농장'에서 주인이던 인간을 내쫓고 농장을 차지한 동물들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동물 가운데 가장 영리한 돼지들 주도로 동물들이 지켜야 할 규칙 '7계명'을 만드는데, 그 중 하나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이다.

    동물농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고 스스로 독재자가 된 돼지 '나폴레옹'은 다른 동물들을 '7계명'으로 지배하며 온갖 횡포를 저지른다. 이후 '7계명' 중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문구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로 수정된다.    

    이는 민주당이 과거 거대 의석을 내세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등의 누더기 법안을 통과시켰던 모습, '조국사태'로 점철되는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연상케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를 인용한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적 해석이라는 말이 나온다.

    경제와 민생분야를 대상으로 한 이 대표의 지적도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대표가 언급한 가스비·전기요금은 '탈원전'을 자행한 문재인정부에서 미뤄온 공공요금 인상이 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면서 한꺼번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급등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상승에도 원인이 있다. 당시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현상이 만연해지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이 대표의 연설을 두고 "이율배반과 내로남불, 무능과 무지로 일관했던 제1야당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돈 봉투 사건으로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김남국 코인으로 도덕성을 포기하고, 굴종외교로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포기하고, 온갖 성비위로 성인지감수성을 포기하고, 불체포 방탄으로 민심까지 포기한 '5포 민주당'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윤석열정부를 향해 '5포 정권'이라 비판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지난 문재인정권 당시 부채 걱정을 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걱정할 만한 수준 아니다'라며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하더니 이제는 '가계부채는 나쁘고 국가부채는 괜찮다'는 황당한 논리를 펼친다"고 강조한 유 수석대변인은 "왜곡된 에너지정책으로 가스비와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서는 사과는커녕 비난하고, 그도 모자라 비리덩어리 태양광산업을 다시 살리겠다고 하니 이율배반이 따로 없다"고 지적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연설 내내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없이 윤석열정부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해놓고서는 '윤석열정권과 경쟁하지 않겠다'는 황당한 궤변을 더는 듣고 있기 힘들 지경"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해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금융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긴급 생계비 대출, 중소기업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이자 및 고정비 지원 등에 12조원 ▲에너지·물가 지원금,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가스·전기요금 지원, 농업전기요금 지원, 지역화폐예산 증액 등에 11조원 ▲전세보증금 이자 지원, PF 배드뱅크 설립 등에 7조원 ▲경기회복을 위한 SOC 인프라 구축 등에 4조4000억원 ▲전세사기 피해 지원, 취약청년 지원 확대, 국민안전 강화 등에 6000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