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21일 오전 히로시마서 한인 원폭 위령비 공동참배尹 "미래 준비 위한 기시다 총리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기시다 "세계 평화 위해 중요…한일관계 진전 여실히 보여줘"
  •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 방문 마지막 날인 21일 기시다 일본 총리와 함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했다. 한일 양국 정상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방문해 공동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총리 부부는 이날 오전 7시30분경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도착, 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 뒤 헌화했다.

    양 정상 내외는 헌화한 뒤 약 10초간 묵념, 원폭으로 희생된 한국인을 위로했다. 이후 양 정상 부부는 별도의 발언 없이 참배 일정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 데 이어 평화기념공원 국제회의장에서 마주 앉아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의 회담은 지난 7일 기시다 총리의 서울 방한 이후 2주 만이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우리 총리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가 방한 당시 일제시대 징용 문제와 관련 유감을 표명한 것을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가혹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 ▲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신 총리님의 용기와 결단은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번 G7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기시다 총리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화하고 경제, 안보 등 글로벌 도전 과제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계신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7 정상회의 결과를 토대로 한일 간에도 경제안보를 비롯한 글로벌 어젠다에 대한 협력이 더욱 심화되기를 기대한다"며 "저와 기시다 총리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은 물론 글로벌 이슈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 상호 연대와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서로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도 위령비 공동 참배에 대해 "조금 전 윤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기도를 올릴 수 있었다"며 "이것은 양국 관계에 있어서도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담 후에 다른 정상들과 합류해서 함께 평화기념자료관을 방문하고 평화기념공원 위령비에 함께 기도를 올릴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한일관계가 무르익었다며 기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는 두 달 사이에 세 번째 회담이며 우리 두 정상 사이에 이러한 관계 진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G7 정상회의 계기이기도 해서 일한 관계 방향과 더불어 글로벌 과제에 대한 양국 공조 강화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눌 수 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번 한일 정상의 합동 참배에 대해 과거사 해결을 위한 양국의 진전된 노력이 '실천'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지 브리핑을 통해 "두 정상이 한일관계의 가슴 아픈 과거를 직시하고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의미가 있다"며 "특히 두 정상의 참배에 우리 동포 희생자들이 함께 자리한 것이 그 의미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정상의 위령비 참배에 가장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그동안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말' 위주로 해왔다면 이번에는 '실천'을 한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또 "여전히 국내에서는 반일감정 이용 얄팍한 정치를 하고, 일본에서도 이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꿰하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며 "대다수 한국·일본 국민들은 미래지향적 관계가 더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1945년 히로시마에서 터진 원자폭탄으로 당시 한국인 약 5만명이 피폭 피해를 입었고, 이중 한국인 사망자는 3만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위령비에는 사망자가 2만명으로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