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명주, 주요 인사 대상 'VIP 전용관' 운영… 도·감청 가능성 있어""중국 반(反)체제 인사 본국 송환 역할 했을 것… 외교적 분쟁 소지 우려"'경고성 벌 주기'로 끝날 듯… 현행 법체계상 처벌 규정 따로 없어
  • ▲ 서울 송파구 소재 중국식당 동방명주. 중국 '비밀경찰서' 국내 거점으로 지목됐다. ⓒ정상윤 기자
    ▲ 서울 송파구 소재 중국식당 동방명주. 중국 '비밀경찰서' 국내 거점으로 지목됐다. ⓒ정상윤 기자
    중국 '비밀경찰'의 국내 거점이라는 의혹을 받던 서울 잠실의 중식당 '동방명주(東方明珠)'를 두고, 정보당국이 사실상 "중국정부의 '비밀경찰' 역할을 했다"고 잠정결론 내렸다. 

    그러나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고 중국과 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수 있어 '우회성 경고'로 그칠 확률이 크다는 관측이다. 

    19일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정보당국은 잠실 한강변에 위치한 동방명주를 조사한 결과 중국영사관의 업무를 대리수행하고 국내 중국인의 중국 송환업무를 처리하는 등 비밀경찰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 

    정보당국은 동방명주가 중국대사관이 주재하는 각종 행사를 도맡아 개최하고, 국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시상식도 전담해왔다는 점에서 이 식당이 중국정부와 관련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동방명주는 중국 고위관계자들의 아지트 역할을 한 '귀빈(VIP) 전용관'을 별도로 운영했는데, 국내 주요 인사들도 이곳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도·감청이 이뤄졌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보당국은 동방명주가 중국의 반체제 인사 혹은 학생들을 불러들인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체제비판적 인사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외교적 분쟁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중국정부가 지난해부터 해외 현지에 있는 경찰과 학생 등을 고용해 새로운 형태의 연락사무소를 개설해왔다고 지적했다. 정보당국은 동방명주 역시 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디펜더스'의 라우라 아르트 국장은 과거 국내언론과 인터뷰에서 "해외 각 지역에 중국 경찰과 연결된 지부를 관련국의 허가 없이 설립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지부를 통해 수많은 사람이 중국으로 강제송환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 ▲ 동방명주 실질 지배인 왕해군 씨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송파구 소재 중국식당 동방명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 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동방명주는 중국 비밀경찰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상윤 기자
    ▲ 동방명주 실질 지배인 왕해군 씨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송파구 소재 중국식당 동방명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 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동방명주는 중국 비밀경찰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상윤 기자
    동방명주 처벌 수위와 관련,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동의를 얻지 않은 사무소를 설립하고 민간 식당으로 위장해 영사업무를 대리한 것은 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보당국은 동방명주 조사 관련 정보를 모두 경찰과 구청 등으로 이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3월 식품위생법 위반 및 옥외광고물법 위한 혐의로 동방명주 실소유주 왕해군(王海軍·45)을 검찰에 송치했다. 

    왕씨의 탈세 혐의와 관련해서도 송파구와 국세청 등이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이 활동'에 따른 직접적 처벌보다 '경고성 벌 주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보당국이 중국정부에 직접적으로 비밀경찰사건을 문제 삼지 않는 것은 현행 법체계와도 관련 있다. 현행 방첩업무 규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기에 처벌 규정이 따로 없고, 간첩죄에서 규정하는 간첩활동 대상 역시 '적국(북한)'에 한정돼 있다. 비밀경찰 활동이 사실이더라도 형법 외에 적용할 처벌 조항이 없는 것이다. 

    처벌 수위를 높일 경우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정부의 고려 대상이다. 동방명주 처벌에 따른 실익은 크지 않지만, 한중관계 경색으로 인한 피해는 클 수 있어 향후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왕씨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비밀경찰국' 보도사건이 발생하기 이전 동방명주는 정상적인 영업 장소였으나, 해당 사건 이후 도마에 오르게 됐다"며 "이해관계자든 정부 부처든 우리에게 이유 없는 압박과 방해를 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항변했다. 

    왕씨는 또 "비밀경찰 시나리오의 궁극적인 목적은 '미국'이 악마의 손길을 통해 한국언론을 통제하는 것"이라며 "한국 국민 여러분의 반중정서를 유도하고 있으며 최종 목적은 친중 역량을 무너뜨리고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