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前 국무장관 "한국은 전략적으로 중요성 갖는 나라… 수십년간 잘 협력" 햄리 CSIS 회장 "한국, 자체 억제력 갖춰야 한다는 의견 이해… 다만 해답은 아냐"
  • ▲ 25일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한미동맹 70년과 그 이후'를 주제로 열린 국제포럼 '아산 플래넘 2023'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영상 축사가 상영되고 있다.ⓒ연합뉴스
    ▲ 25일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한미동맹 70년과 그 이후'를 주제로 열린 국제포럼 '아산 플래넘 2023'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영상 축사가 상영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을 보호하고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의지와 공약은 변치 말아야 한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25일 아산정책연구원이 '한미동맹 70년과 그 이후'라는 주제로 마련한 '아산 플래넘 2023'에 보낸 영상축사에서 미국의 한국 방위공약을 언급하며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한국이야말로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 나라이자 역사적으로 해야 할 역할이 있는 나라"라며 "지난 수십년간 미국과 이런 사실을 아주 잘 보여 주는 협력을 해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한이라는 독재국가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면서 한국에 암운이 드리워졌다"며 "우리는 한반도라는 특별한 상황에 대해 논의할 때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고 보호하겠다'는 엄중한 약속을 기반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또 "변화하는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고 위험에 대응하며, 이를 위해 새로운 문제를 만들지 않으면서 기존 위험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야만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행사에서는 확장억제가 주요 화두로 거론됐다.

    존 햄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회장은 축사에서 "확장억제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우리가 한국과 나란히 함께 싸우겠다는 것이며, 필요할 경우 핵무기 사용으로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확장억제는 한국이 핵위협을 받았을 때 미국이 전략무기 등으로 미국 본토가 공격받았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응징한다는 개념이다.

    햄리 회장은 "하지만 이것만으로 한국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가. 우리와 지속해서 협력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이것을 다루는 것이 첫 단계여야 한다"고 강조한 햄리 회장은 "이후 어느 시점에 한국이 자체적인 핵억제력을 가져야겠다고 느낀다면 최소한 이에 따를 부담이나 특별한 의무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햄리 회장은 또 "핵탄두를 만드는 것은 쉽지만 거기에는 여러 복잡한 부담이 따른다"며 "핵탄두 보유 자체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단정했다.

    햄리 회장은 "한국에는 2만5000명에서 2만6000명의 미군이 있다. 이들도 똑같이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핵 보유 문제는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이 핵억제력을 갖춰야겠다고 느낀다고 해도 그 능력을 갖췄을 때의 부담·의무와 관련해서는 한미가 대화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햄리 회장은 "한국이 '핵보유국'이라는 짐을 짊어질 경우 국익에 부합하는지, 미국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 그 함의를 한미 양측이 솔직히 터놓고 대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