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대응 안일"… 민주당 내부서도 '돈 봉투' 사건 불만 고조"돈 봉투 연루자 출당해야" 내부 폭발… 송영길, 22일 입장 표명
  •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가 오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과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방식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

    특히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의 출당 등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18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돈 봉투 의혹과 관련 "보통 이런 문제가 생기면 일단 당직에서 빼는 경우가 있다. 그 다음에 탈당하거나 자진탈당을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며 "국민들의 의혹이 있거나 신뢰가 흔들리게 되면 거기에 맞게 대응하는 신뢰 회복 조치를 해 줘야 정당이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금 민주당도 이런 정도의 선제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저기는 무감각한 데구나. 윤리 기준과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정말 엉망이구나' 이렇게 불신을 쌓아나가게 된다"며 "그런 점에서 지금 당 지도부의 대응이 조금 안일한 것 아닌가. 조금 더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단호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서 여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좀 씻겨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2년 전 당 전당대회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이 대표는 "당은 정확한 사실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자체 진상조사는 보류했다.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검찰 수사를 비판하던 이 대표가 태세전환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부패 이미지'의 고착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적극적인 진상조사를 유보한 결정은 앞서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적극 방탄하던 모습과 상반되는 행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자신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는 비판하면서 돈 봉투 의혹에는 사과하는 이중잣대를 두고 김 의원은 "그래서 더 위험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그런 논란들이 많았다. 감각이 무뎌졌다"며 "(돈 봉투 관련) 녹취록이 방송이 되는 뉴스를 보면서 정말로 민주당이 심각한 위기를 맞겠다는 두려움이 들었는데 그 이후에 당의 대응을 보면 상당히 무감각해져 있다. 윤리 기준에 대한 감각이 엄청 퇴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과거 위법 논란에 휩싸인 의원들에게 시행한 조치와 이번 대응 방식이 사뭇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2년 전 당대표 시절 농지법 위반, 부동산 투기의혹 등을 받은 우상호 의원을 비롯한 10여 명 의원에게 탈당을 권고한 바 있다. 송 전 대표는 그러나 이번 돈 봉투 의혹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런 점을 거론하며 "정당은 사법적인 결론이 났을 때 움직이는 것은 안 맞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도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송 전 대표가 과거 우상호 의원에게 '살아서 돌아오라는 식'으로 했는데 윤관석·이성만 의원에게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당에서 선제적으로 조치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중진의원은 "송 전 대표도 한국에 들어와서 의혹에 해명하고 탈당해야 한다"며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탈당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넥스트민주당' 공동성명을 통해 "이 대표가 국민께 사과드렸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더 적극적이고 엄중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인물들은 출당·영구제명 등 당 차원의 엄한 징계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온정주의, 내로남불 때문에 정권을 빼앗겼다"며 "부끄러움을 당원들의 몫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 지도부는 검찰 조사에 협조하고 실제로 연루된 자들을 발본색원해 당의 엄격함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친명(친이재명)계 민주당 지도부는 당 차원의 자체조사가 불가능하며 의혹 연루자들의 탈당에도 미온적인 모습이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당 자체 진상조사가 불가능하다"며 "본인은 그런 일이 없었다라고 한다면 '그러면 저희가 잠깐 서랍 좀 뒤져봐도 되겠습니까?' '자택에 가서 장롱 뒤져봐도 되겠습니까?'라고 할 수 있는 기구는 저희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송 전 대표를 향한 탈당 요구를 두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서는 "송 전 대표 본인은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정 의원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 캠프 관계자들이 돈 봉투를 받은 것과 관련 "국민들은 전체적으로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지만,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 진짜 소위 말하는 기름값·식대, 이런 정도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측근 그룹인 '7인회(정성호·김영진·김병욱·임종성·문진석·김남국·이규민)' 멤버 가운데 돈 봉투를 받은 사람이 있다는 의혹에는 "정확한 사실관계는 모른다"며 "제 주변에서 돈 봉투를 받고 전대에 개입하고 관여하고 했던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 전 대표는 오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