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1년9개월 만에 중진회의… 중진들 '쓴소리' 쏟아져"지지율 하락 좋은 현상 아냐… 전광훈 문제 수습해야"
  •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12일 당의 중진의원들과 회의를 열고 머리를 맞댔다. 다가오는 2024년 총선 승리전략을 재정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상황에서 집권여당으로서 중심을 잡지 못하자 당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의 쓴소리가 중진의원들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중진 연석회의 '재가동'… 김기현 "기강 세우는 데 역할 부탁"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었다. 연석회의는 2021년 7월, 당시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열린 뒤 약 1년9개월여 만에 열린 것이다.

    현재 '김기현 지도부'는 지도부 인사들의 잇단 '설화' 논란과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당을 향해 내는 목소리 등 각종 악재가 겹쳐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이 같은 논란의 영향을 받은 지도부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민주당에도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의는 지도부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상견례' 형식이지만,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중진의원들의 고견을 청취함과 동시에, 김 대표가 당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건져내야 된다는 사명감을 갖고 총선에 임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굴종적 대북관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안전 보장을 위기에 빠뜨리고 일자리 파탄, 부동산 실패로 대표되는 경제 실정으로 문재인정권 내내 우리 국민들이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그런 만큼 우리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은 민생을 잘 챙긴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집권여당이 지켜야 할 윤리기준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측면에서도 우리 당의 기강을 세우는 데 중진의원들께서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품위 안 맞는 언행 조치해야… 전광훈도 당 차원에서 수습"

    그러나 김 대표의 발언 이후 중진의원들의 쓴소리가 나왔다. 출범한 지 한 달 정도 접어든 가운데, 온갖 논란에 휩싸이고 총선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있다는 등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부의장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내년 총선에 이겨야 되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전당대회 후에 우리 당 지지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특히 "당의 중심적 인물에 있는 분들은 집권여당의 품위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며 "이런 언행이 이뤄지지 못하면 결국 현장에서 뛰는 당원들이 힘들어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5·18정신을 헌법에 수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는 발언과,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을 제안한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은 "이런 것에 대해서 이제는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을 향해 "내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는 전 목사를 대상으로 당 차원에서 서둘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전 목사가 20만~30만 명을 (당원으로) 우리 당에 심어 놨고 그 힘으로 우리 당이 버티고 있다는 식으로 선전이 되고 있다"며 "이 문제는 당론으로 결정해서 빨리 수습해야 한다. 목사 손아귀에 우리 당이 움직여지는 그런 당이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천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5선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총선거가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며 "(총선에) 어떤 인물을 내세우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바로 인재영입위원회, 인재발굴위원회를 구성해서 가동시켰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정 의원은 "늘 보면 총선에 임박해서 사람들을 고르니 마니 하다가 (결국) '그 밥에 그 나물' 소리를 듣고 공천을 한다"며 "그러지 말고 이제 1년 전부터 밀도 있게 사람을 발굴하고, 이 사람들에게 총선 채비를 시켜서 이런 사람들로 미래를 대비한다는 청사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5선의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총선 승리전략으로 "공천 원칙을 빨리 확정하고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공천제도를 관철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 의원은 "제20, 21대 (총선에서) 우리 환경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천 과정에서 잡음 때문에 선거를 훨씬 더 진 케이스"라며 "당협 감사 등을 빨리 해서 당원들이 승복할 수 있는 공천 틀을 만들어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시·도당위원장들과도 회의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오는 2024년 총선을 위한 점검에 나섬과 동시에, 각 지역에서 구설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할 것을 당부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지난 대선부터 지방선거와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당원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그런 만큼 여기 계신 시·도당위원장이 맡고 계신 역할과 책임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특히 "과도한 욕심이나 마음이 너무 앞서서 섣부른 행동으로 인해 조직 외부에 갈등이 생긴다거나 내분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국민들이나 외부인사들의 눈살을 찌푸리지 않도록 말 하나, 행동 하나 조심해 주기를 당부 드린다"고 밀했다.

    이날 김 대표를 비롯한 시·도당위원장들은 도시락으로 오찬을 함께하며 내년 총선에 대비해 지역별 주요 현안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