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논리에 상대 악마화… 정치인으로서 아무것도 못 바꿔""기득권과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 가장 먼저 개혁해야 할 대상""소방공무원 수험생으로 돌아갈 것… 정치 생각 전혀 없다"
  • ▲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2022년7월1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2022년7월1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최초의 소방관 출신 국회의원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의원은 "제 소망, 사명인 국민 곁의 소방관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불출마 사유를 밝혔다.

    초선인 오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현역의원 중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오 의원이 두 번째다. 앞서 4선 우상호 의원은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장후보 경선에 나서며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의원은 2020년 총선 당시 경기도 의정부시갑 지역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규 무소속 후보를 제치고 53.03%(5만4806표)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오 의원은 국회 입성 후 민주당 재난안전특별위원장과 원내대변인 등을 지냈다. '닥터카 탑승 논란'으로 사임한 신현영 민주당 의원 대신 이태원참사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투입되기도 했다.

    오 의원은 "오늘날 저는 소방 동료들의 희생과 그들이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온 이 사회의 우리 국민들의 인명피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리에 있다. 그렇기에 저는 이제 저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내려놓을 용기를 낸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현재의 정치상황을 두고 "오늘날의 정치는 누가 더 상대진영을 오염시키는지를 승리의 잣대로 삼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오 의원은 "오로지 진영논리에 기대어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국민들께서 외면하는 정치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극단의 갈등 속에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조정해낼 정치적 역량을 내 안에서 찾지 못했다.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고 언급했다.

    "오로지 기득권·자리에 연연…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할 대상"

    특히 정치개혁과 관련해 오 의원은 "책임져야 할 이가 책임지지 않고, 잘못한 이가 사과하지 않아 오로지 기득권과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이 우리 정치사회에서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 의원은 "책임을 인정하는 의미 없이 말만 앞세운 개혁이 무슨 힘이 있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묻고 계신다"며 "나는 그 물음에 '내려놓음'이라는 답을 드린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그러면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한 뒤 본연의 소명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정치에 대한 무너진 신뢰 회복에 작은 희망이나마 되기를 소망한다"며 "부족한 저는 정치인으로서의 도전을 멈추지만,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국민의 생명이 두텁게 보호될 수 있도록, 의정부 시민들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의원은 남은 1년 임기를 마친 뒤 소방공무원으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 의원은 "정치 입문 제의를 받던 자리부터 '반드시 소방현장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결심했고, 마음이 변한 적이 없다"며 "제 소망, 사명인 국민 곁의 소방관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소방관으로 어떻게 돌아갈 것이냐'는 물음에 "정확히 말씀 드리면 소방공무원 수험생으로 돌아간다. 다시 시험을 쳐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하겠다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정계복귀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다시 정치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 의원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안전과 관련된 숙제 역시 제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도 정치인의 전형적 오만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오 의원은)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탐나던 젊은 국회의원. 물러나야 할 사람은 안 물러나고 미래 인재만 떠난다"며 세대교체론을 재점화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 이어 6월 지방선거까지 패배를 거듭해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용퇴론' 등 세대교체론에 휩싸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