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철문 너머로 플래카드 펼치고 준비한 요청서만 낭독잠시 밖으로 나온 도쿄전력 직원에게 일본어로 번역한 공개서한 전달7일 후쿠시마 원전 일대 돌며 현장 시찰… 일본 측 협조는 無
  • ▲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책단 소속 윤영덕·위성곤·양이원영·윤재갑 의원이 6일 일본 도쿄 도쿄전력 본사 앞에서 의원단 요청서 전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책단 소속 윤영덕·위성곤·양이원영·윤재갑 의원이 6일 일본 도쿄 도쿄전력 본사 앞에서 의원단 요청서 전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사능 오염처리수' 문제를 항의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책단이 6일 방일했으나, 일본 국회의원과 도쿄전력 관계자들은 만나지도 못한 채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민주당 위성곤·양이원영·윤영덕·윤재갑 의원은 6일 오전 하네다공항으로 입국해 일본에서의 2박3일 일정을 시작했다. 첫 일정으로 이들은 도쿄에서 메이지가쿠인대학의 구마모토 가즈키 명예교수와 특정비영리활동법인(NPO법인)인 원자력자료정보실의 반 히데유키 공동대표를 만나 원전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면담 이후 메인 스케쥴인 도쿄전력 본사로 향했다. 오후 4시쯤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이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도쿄전력 본사 건물 앞에 내렸으나, 철문과 경비원들에 막혀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다. 대책단은 방일 기간에 후쿠시마 제1원전 방문을 추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도코전력 임원진과의 만남도 거부당했다.

    이에 현장에 도착한 민주당 의원들은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현장 확인 국회방문단'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치고서 준비해온 요청서를 낭독했다.

    이들은 "(후쿠시마) 오염수는 빠르면 7개월, 늦어도 2년 후에는 제주 해역에 유입이 되어 우리 해양 생태계와 수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도쿄전력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정확한 시점 ▲오염수 발생 및 보관 현황 원자료(raw data) ▲원전 오염수 파악을 위한 샘플링 자료 ▲다핵종제거설비(ALPS) 가동 현황과 처리 전후 원자료 등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요청서를 읽는 동안 보좌진은 잠시 밖으로 나온 도쿄전력 직원들에게 일본어로 번역한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하지만 도쿄전력 직원들은 국회의원들과 대면조차 없이 보좌진에게 문서만 건네받고서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의원들은 30분가량 도쿄전력 건물 앞에 머문 후 둘째 날 일정을 위해 후쿠시마로 건너갔다. 대책단은 7일 후쿠시마 원전 일대를 돌며 오염 현장을 살필 예정이지만 이 역시 일본 측의 협조를 받지 못해 오염수 탱크가 있는 후쿠시마 원전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

    민주당 의원들의 방일은 출국 전인 국내에서부터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말만 현장방문일 뿐, 원전에 접근하지 못할 뿐더러 일본 국회의원들과의 면담 역시 성사되지 않아 '무의미한 방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민주당 의원들이 도쿄전력에 요구한 자료 상당 부분이 이미 회사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내용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책단은 "일본이 현재 지방선거 기간이라 일정을 잡기 어려웠다"는 입장과 함께 "우리의 방문 자체가 일본에 압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처리 과정을 검증 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5일(현지시간) 발표한 4차 보고서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감시체계를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IAEA는 이번 보고서에서 "도쿄전력이 오염수 방류 후 환경에 대한 영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은 신뢰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방사선 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염수 방류에 따른 영향을 다루는 방사선환경경영향평가(REIA)와 관련해선 방사성 물질 농도 측정 등에 사용하는 방법론 등에 대해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는 6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일본의 오염수 해양배출 계획 전반에 대해 과학적·기술적 종합 분석을 진행 중이며, 그 결과는 추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의 심사·검사 자료와 심사회의 내용, 일본과의 질의·답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참여하는 IAEA 모니터링 내용 등을 바탕으로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AEA는 지난해 봄부터 후쿠시마의 오염수 탱크에서 퍼낸 샘플을 세계 여러 연구소에 보내 성분 분석을 진행중이다. 한국과 미국, 프랑스, 스위스 등 4개국 연구소가 참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