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유효하다는 헌재 판결, 그 자체로 존중돼야"정정미, 농지법 위반 의혹에 "커다란 잘못… 송구하다"
  • ▲ 정정미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정정미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9일 정정미(54·사법연수원 25기) 헌법재판관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안' 발표가 대법원 판결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尹대통령 발언, 대법 판결 위배라 생각 안 해"

    정 후보자는 "대통령께서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을 위배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이 제3자 변제 정당성 근거로 대법원 판결 때문에 우리와 일본의 관계가 나빠진 듯이 말했다. 이렇게 우리 대법원 판결을 대통령이 정면으로 위배해도 되는가"라고 묻자 정 후보자는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이 '그럼 찬성한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정 후보자는 "찬성·부찬성이 아니라 정부는 당연히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국내기업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강제징용과 관련 1965년 협정이나 양국 정부의 조치를 문제 삼아 한일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그런데 2018년 대법원 판결로 한일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피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정 후보자는 "(대통령의) 구체적인 발언 뉘앙스를 가지고 (대법원 판결을) 위배했다 아니다 단정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제3자 배상이 대법원 판결에 모순되느냐'고 묻자 정 후보자는 "판결은 채무자의 책임을 선언한 것이고, 변제 실현 과정은 별개의 영역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 후보자는 "손해배상책임 자체는 확정된 것이고, 채무자의 돈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하는 부분은 집행과 관련된 영역"이라고 부연했다.

    정정미 "검수완박, 헌재 판결 존중해야"

    또, 정 후보자는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효력 유지를 결정한 것과 관련 "법리적인 비판을 할 수는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고 엄호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3일 검수완박 법안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의 효력 유지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 정 후보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헌법의 수호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있다'고 지적하자 "양심을 버렸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다"며 이같이 대답했다.

    정 후보자는 "법리적인 비판을 할 수는 있지만 헌재의 판결은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며 "그것이 법치주의"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 의원이 특정 연구회 출신 재판관들이 검수완박 법안 선포의 효력을 유지하는 의견을 냈다는 취지로 질의하자 정 후보자는 "적절치 않다"고 단언했다.

    정 후보자는 "재판관들이 어떤 정치적인 지향이나 본인이 가입하셨던 연구회의 경도된 의사에 따라 재판 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과에 대해 정치적인 의사에 따라 결론이 나왔다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농지법 위반 송구… 부친에 소유권 이전할 것"

    아울러 정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농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 "아버지가 제 명의로 땅을 샀는데 그때 바로잡지 못하고 방치한 것이 저의 커다란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정 후보자는 2013년 경북 청도 소재 논 1243㎡를 취득하면서 농업경영계획서에 직접 영농에 종사한다고 기재했으나, 10년간 부친이 농사를 지어온 것으로 드러나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지법 제6조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같은 법령 제57조는 제6조를 위반해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 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일정금액의 벌금을 물리도록 명시하고 있다.

    정 후보자는 "그 땅은 저희 부모님 집 바로 옆에 있는 밭으로, 부모님이 연간 5만원 정도에 빌려서 여러 해 동안 농사를 지었다"며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농사를 짓다 보니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던 것 같고, 자식이 된 도리로 (토지 구입을 위한) 돈을 빌려 드렸다"며 "부모님 명의로 사셨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제 명의로 샀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 후보자는 "지적을 송구하게 받아들인다. 부친에게 토지 소유권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 후보자와 김형두(58·사법연수원 19기) 후보자는 지난 6일 퇴임을 앞둔 이선애·이석태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에 의해 지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