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술 마시고 운전했는데 음주운전 아니다… 헌재가 아닌 정치재판소"전주혜 "헌재 비겁한 결정은 '절차 무시 관행 유지하게 해준 것"이철규 "도둑질 맞는데 소유권 인정해 돌려줄 의무 없다는 것"최재형 "헌재, 위헌·위법행위에 면죄부… 국회법 정신 형해화"
  •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헌법재판소의 지난 23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처리 절차는 문제로 봤지만 법안은 유효하다는 판단을 두고 국민의힘이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반발했다.

    검수완박 법안은 문재인정부 말기인 지난해 4~5월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위장탈당해 안건조정위에 합류하며 검수완박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에 헌재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당했다고 판단했지만, 법률 자체를 무효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즉각 "음주하고 운전을 했는데 음주운전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이런 해괴망측한 논리가 어디 있나"라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음주하고 운전을 했는데 음주운전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이런 해괴망측한 논리가 어디 있나"라며 "정말 어이없다.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정치재판소 같다"고 맹폭했다.

    국민의힘은 24일에도 헌재 결정을 대상으로 공세를 펼치며 여론전을 펼쳤다. 국회의장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대상으로 권한쟁의심판을 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헌재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 주고 절차 무시의 관행을 유지하게 해 줬다"고 비난했다.

    전 의원은 "21대 국회 들어서 민주당이 숫자의 힘으로 절차를 무시한 채 법을 강행처리하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 그런데 이러한 의회민주주의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 현재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기관은 결국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제도"라며 "그런 권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결국은 민주당의 손을 들어 주고, 이런 절차 무시의 관행을 결국은 유지하게 해 준 것 아니겠나"라고 개탄했다.

    전 의원은 이어 "위장탈당, 회기 쪼개기 등 꼼수의 꼼수, 그리고 절차적인 위반 정도가 너무 심한데도 불구하고 이 법을 가결 선포한 것이 정당하다는 정당성을 만들어준 것"이라며 "의회독재에 제동을 걸어야 할 헌재가 오히려 의회독재에 날개를 달아 줬다는 면에서 비겁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 인터뷰에서 "법을 무력화시키고 자당 의원을 꼼수로 탈당시켜서 표결에 참여하게 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나"라며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서 3개월의 시간을 두고 소수당의 불리함을 국민여론으로 막아볼 수 있는 제도를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사무총장은 "절도죄는 성립이 되고 도둑질은 한 것이 맞는데 물건은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소유권은 인정해 준 것"이라며 "이미 정당성이 상실된 법으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여론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여기에 대해 특별히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나. 국민들께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십사 말씀드리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며 "쫓아가서 민주당 식으로 (헌법재판소를) 점거하고 항의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입법절차의 위헌·위법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며 "헌재야말로 형식적인 법논리로 사실상 검수완박 법의 유효를 확인해 줌으로써 헌법과 국회법의 정신을 형해화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또 "국회가 정쟁의 장이 아닌 헌법과 국회법의 정신에 충실한 건강한 대의기구로 정상화될 기회를 놓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