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전직 직원들 모임 '양지회' 장종한 신임회장 인터뷰 제2편"국정원, '댓글 사건'과 '청와대 특활비' 사건 등으로 국민에 오해""사법처리된 동료들, 국정원 직무규정에 따라 일했을 뿐인데 억울""명예회복 위해 재심 통해 구제 시도할 것... 생계곤란에 가슴 아파""친북세력, 국정원이 업적을 홍보할 수 없는 점 이용해 '영향공작'""후배들이 열심히 간첩 잡을 수 있도록 우리가 후배들을 대변하겠다"
  • ▲ 장종한 양지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양지빌딩에서 가진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 장종한 양지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양지빌딩에서 가진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양지회는 국정원 후배들의 울타리로서 오로지 체제 수호와 국민의 안전, 자유, 행복을 위해서만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상윤 기자
    "양지회는 후배들의 울타리로서 오로지 체제 수호와 국민의 안전, 자유, 행복을 위해서만 나서겠다"

    1979년 중앙정보부(국정원 전신)에 입부한 장종한 양지회 신임회장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하기까지의 과정을 그 누구보다 생생히 알고 있는 '중정 마지막 세대'다. 

    장 신임회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취임식에 이어 지난 3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도 '음지에서 일한 보람 양지에서 이어가자'는 양지회의 회훈(會訓)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국정원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억울하게 사법처리당한 40여 명의 명예회복,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회복, 그리고 국가보안법 폐지 저지를 위해서다.


    -그런데 국보법이나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크지 않은 것 같다. 

    "국정원이 국가기관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국정원이 나라에 왜 필요한지까지 깊이 생각해 본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좀 아쉽다. 이스라엘 모사드, 미국 CIA, 영국 MI5와 MI6 등은 국민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 국가정보기관이 외국에서 하는 정보활동은 기본적으로 초법성을 전제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영토에서 도감청, 해정술, 미행감시기법, 도촬, 은서작성 등 특수 첩보기술을 동원한 타국의 수사·정보활동은 기본적으로 불법이다. 국익을 위해 사활을 건 안보전쟁은 법집행기관이 재단할 수 없기 때문에 각국 비밀정보기관이 존재하는 것이다."

    -국정원이 국민적 응원을 기대하는 것만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국정원에 대해 국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많다. 대표적으로 '국정원 댓글 사건'과 '청와대 특활비 상납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사건들로 사법 처리된 동료들과 후배들이 40여 명 정도다. 그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는데 유죄판결에 대해 여전히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직 때 직무규정에 따라 일했을 뿐인데 억울하다는 것이다.

    전직 국정원장 4분이 사법 처리돼 실형을 살았다.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뇌물을 상납했다는 혐의에서다.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인데 국정원이 청와대에 '뇌물'을 '상납'했다는 주장이 어떻게 성립되나.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인 사찰 혐의'로 기소돼 7개월간 복역했던 김석규 방첩국장 사례도 그렇다. 김 전 국장은 지난해 말 사면된 후 동료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자신에 대한 판결을 비판하며 항변해왔다. 김 전 국장은 '공소사실(△대북 불법송금 관련자 내사 △이적단체간부 동향내사 △백만민란 횃불죽창 시위자 내사)은 국정원 고유의 기능으로 나라를 위한 임무수행이었기 때문에 아직 유죄를 인정할 수 없고 메인서버를 불법적으로 열어 일방적으로 자료를 취사선택해서 활용한 국정원 적폐청산TF의 불법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며 '당시 원장은 국가 최고정보기관의 메인서버를 열어 10년 전 기억도 나지 않는 사안들을 선별적으로 끌어내어 일체 방어권 허용도 없이 일방적으로 직원 400여 명을 조사하고 40여 명을 사법 처리시켰다'고 했다."

    -좌파진영의 선동에 대응하지 않으니 국민들로선 이들의 선동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국정원은 잘한 것을 국민들에게 홍보할 수 없다. 그러니 국정원이 어쩌다가 한 번 실수하면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국민들은 국정원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국정원의 잘못만이 부각되는 또 다른 이유는 북한과 종북좌파 세력의 '영향공작' 때문이다. 북한은 계속 대남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고, 종북좌파 세력과 5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자꾸 국정원을 악마화한다. 국정원이 자랑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고 핑계 대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니까 국민들에게 잘못된 이미지로만 부각되는 면이 있다고 본다.

    지금 국정원에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우리가 추진력도 낼 수 있고 성과도 낼 수 있다."
  • ▲ 국가정보원이 지난 2022년 6월 이른바 '신영복 원훈석'을 1961년 국정원 창설 당시 제작돼 1998년까지 37년간 사용됐던 원훈석으로 교체했다. 복원된 원훈석에는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원훈이 새겨져 있다. ⓒ국가정보원 페이스북
    ▲ 국가정보원이 지난 2022년 6월 이른바 '신영복 원훈석'을 1961년 국정원 창설 당시 제작돼 1998년까지 37년간 사용됐던 원훈석으로 교체했다. 복원된 원훈석에는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원훈이 새겨져 있다. ⓒ국가정보원 페이스북
    -양지회가 이제 양지로 나설 것이라고 취임 일성에서 밝혔다.

    "국민들이 국가정보기관에 대해 좀 더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그것이 국가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으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언론도 국정원에 대해 바로 알고 제대로 취재해서 다뤄줬으면 좋겠다. 기자 자신만의 생각으로 쓴 듯한 기사들이 많다. 그렇지만 국정원은 잘못된 기사에 일일이 대응할 수가 없다. 국정원 직원들이 지켜야 하는 기본 원칙 때문이기도 하고, 오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에 소극적인 언론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잘못된 건 양지회가 기회가 되는 대로 나서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양지회도 정관에 '국가안보 지원'이 있는 만큼 나서야 할 때 나서겠다. 양지회는 국정원 후배들의 울타리로서 오로지 체제 수호와 국민의 안전, 자유, 행복을 위해서만 나서겠다. 다른 목적은 없다. 헌법 전문(前文)에 나오는 안전, 자유, 행복을 위해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존치와 국보법 수호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우선은 득실거리는 간첩을 잡겠다는 후배들의 의지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우리 양지회는 후배들의 울타리와 다리가 돼 주겠다. 현직 후배들이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후배들이 열심히 간첩 잡을 수 있도록 우리가 후배들을 대변하겠다. 종북좌파 세력들이 국정원 해체를 위해 내건 '공안탄압'이라는 주장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솔직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래서 일단 국민들을 상대로 홍보활동도 하고 국정원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으려고 하고 있다. 언론에 기고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대담 프로에도 나가면서 정치권도 만나서 설득도 하겠다."

    -정치권의 협조도 중요할 것 같다. 정치권에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과 국가보안법은 국가기관간 견제와 균형의 대상도 아니고 특히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직 국가안보와 자유민주체제 수호를 위한 법이라는 점을 정치권도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

    -동료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이들이 사면‧복권될 때 양지회가 서명운동도 하고 탄원서도 냈다. 결과에 순기능을 했다고 본다. 그런데 법적 문제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재심을 통해서 구제받을 수밖에 없다. 대법원 판결을 재심으로 뒤집을 가능성이 높지 않아 어려운 길이 되겠지만 시도해볼 만한 것들을 고민해보고 있다. 

    현직 때 했던 직무로 사법처리가 되면 연금이 반으로 깎인다. 생활이 안 될 정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분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재취업을 하거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볼 건데 그것도 쉽지 않다. 우리로서는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다."
  • ▲ (위)양지회가 운영하는 그림교실 '화우회'에서 한 회원이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회원들이 그린 그림들과 함께 태극기가 눈에 들어온다. (아래)양지회 서예교실 '묵향회'의 모습. ⓒ조문정 기자
    ▲ (위)양지회가 운영하는 그림교실 '화우회'에서 한 회원이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회원들이 그린 그림들과 함께 태극기가 눈에 들어온다. (아래)양지회 서예교실 '묵향회'의 모습. ⓒ조문정 기자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양지회 측의 협조를 구해 6층 양지교실을 둘러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컴퓨터 실습실. 여느 일반 컴퓨터 실습실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현직 시절에는 첨단 과학기법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수사하던 국정원 직원들이었지만, 퇴직 후에는 한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기본적인 오피스 프로그램 활용법을 배우고 있었다.

    장 회장은 "우리가 실생활이나 이재에 밝지 않고 막혀 있는 면이 있다"라며 "우리는 평생을 고지식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결혼 초에 부부싸움을 했다고도 들었다.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퇴근해서도 계속 '국가' 얘기만 하니 '제발 좀 그만하라'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우회'라는 미술교실에 들어가 보니 전직 직원들이 한창 작품활동 중이었다. 유화로 풍경화를 그리고 있던 한 직원은 "수채화, 유화, 아크릴화 등 여러 종류의 그림을 그린다. 1년에 한 번씩 전시회도 열고 있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서예교실 '묵향회'도 둘러봤다. 넓은 책상에 깔린 서포에는 서진이 하나씩 올려져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특별활동(CA) 시간이 떠올랐다. 이곳에서 문인화도 그리고 수묵화도 그린다고 한다. 

    장 회장은 "국정원에서 약 30년을 근무하고 나왔는데도, 우리들끼리 서로 잘 모른다. 무슨 업무를 맡았는지도 서로 잘 모른다"며 "현직 때는 신분을 입증할 수 없어 은행대출 등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불편과 불이익을 받았고 사회적으로 활동하는 데 제약 요인이 많았다. 퇴직 후에도 어느 정도는 그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양지회라는 조직을 통해 서로 위로하고 교류하며 지낸다"고 말했다.

    6층 양지교실을 끝으로 양지빌딩에서 나왔다. 전직 국정원 직원들은 퇴직 후에도 여전히 '국정원 출신'이라는 틀 안에서 제약이 따르는 삶을 살고 있었다. '음지에서 일한 보람 양지에서 이어가자'라는 양지회 회훈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번 국정원은 영원한 국정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