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겸 합참의장에게 '구두경고', 전동진 지작사령관 등 6명은 '서면경고'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 대응 부실 논란에도 경징계조차 안 돼'무인기 이상 항적' 판단한 육군 1군단 장병 6명은 합참의장표창
  • ▲ 왼쪽부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통합방위본부장인 김승겸 합참의장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왼쪽부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통합방위본부장인 김승겸 합참의장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난해 말 '북한 무인기 침공' 당시 부실대응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군 당국이 관련자들에게 구두·서면경고 조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15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의 '북한 소형 무인기 도발 대응 관련 검열 결과'를 바탕으로 장성·영관급 장교 등 1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징계가 결정됐다.

    합참 최고지휘관인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육군 대장)에게는 '구두경고'가 결정됐다. 전동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대장)과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중장), 강호필 육군 제1군단장(중장), 김규하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중장), 박하식 공군 작전사령관(중장), 원천희 합참 정보부장(소장) 등은 '서면경고'를 받는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이러한 징계안을 보고 받고 결재했으며, 군은 결정된 징계 수위를 당사자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대통령 집무실 근방까지 접근했던 북 무인기

    앞서 지난해 12월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하해 서울 등 수도권 상공을 침범했다. 이 중 1대는 대통령 집무실 부근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북쪽 끝 지점까지 침투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군은 F-15K, KF-16 등 전투기와 KA-1 경공격기, 아파치·코브라 공격헬기를 투입해 요격작전에 나섰고, 실제로 코브라 공격헬기는 20mm 기관포 100여 발을 발사했으나 한 발도 명중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인기 요격작전을 위해 이륙하던 KA-1 경공격기 1대가 추락하면서 손실만 입었다.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소통부족 등 문제도 도출됐다. 무인기 침공 당시인 12월26일 오전 10시19분쯤 육군 1군단은 국지방공레이더(TPS-880K)를 통해 북한지역에서 미상 항적을 최초로 포착했다. 6분 뒤 해당 항적이 남쪽으로 이동하자 이를 무인기로 판단하고 합참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이 서울 등 수도권 방공작전을 담당하는 수방사에는 전달되지 않았다. 수방사 방공여단은 같은 날 오전 10시50분쯤 비행금지구역인 P-73 북쪽 끝 지점에서 미상의 항적을 포착했고, 30여 분이 지난 오전 11시27분이 돼서야 무인기 침범으로 결론 내리고 합참에 보고했다. 이때는 이미 합참 등이 북한 무인기 대응작전을 시행한 지 1시간여가 지난 뒤로, 북한 무인기가 한참 동안 서울 상공을 누비고 다니던 시점이었다.

    적 항공전력에 대비한 경비태세인 '두루미' 발령도 이날 낮 12시 전후로 내려져 최초 무인기 식별 후 100여 분이 지난, 북한 무인기가 P-73을 포함해 서울을 가로지른 뒤 'U턴'해 되돌아가던 때에야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합참이 언론 등에 지속적으로 말을 바꿔 설명하는 등 '군의 부실대응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특히,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군에서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를 촬영하고 돌아가다 엔진 이상으로 추락한 북한 무인기 잔해를 발견한 이후 5년 동안 무인기 격추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 개발에 매진했음에도, 결과적으로 한치도 나아진 점이 없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군 "북한 의도에 말려드는 것은 안 돼" 논리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장성 교체 등 인적 쇄신을 할 경우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섭 국방부장관도 지난 6일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북한 무인기 대응과 관련 "문책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미흡했던 것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북한 무인기 대응이 총체적 난국이었음을 군 스스로도 자인하는 상황에서 감봉 등 경징계조차 안 되는 구두·서면경고로 결정함에 따라, 책임 소재를 둘러싼 비난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군 당국은 무인기 항적을 최초로 포착하고 '이상 항적'으로 판단한 육군 1군단 장병 6명에게는 합참의장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