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성태 횡령액 590억 중 용처 확인 안 된 300억 정·관계 로비 했는지 의심공소장에 자금 조성·돈세탁 과정 적시…'금고지기' 김씨 상대로 추궁할 방침
  •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월17일 인천공항으로 소환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이다. ⓒ정상윤 기자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월17일 인천공항으로 소환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이다. ⓒ정상윤 기자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횡령 규모를 590억원대로 파악하고 있는 가운데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돈세탁을 주도한 김모 전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이 13일 오후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면서 용처 규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김 전 회장의 횡령액을 590억원 정도로 파악했으며, 임직원들을 동원해 차명계좌 이체를 반복하는 등의 돈세탁을 거친 금액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공소장에 590억원 가운데 500만 달러(약 62억원)는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대납 목적 외화 밀반출', 300만 달러(약 37억원)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목적 외화 밀반출'이라고 돈의 성격을 '대납'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나머지 금액에서 대북 행사 경비, 김 전 회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일부 자금을 제외하고 200억~300억원의 사용처를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이 중 상당액이 현금화되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소액권 수표로 쪼개지는 과정을 거쳐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쌍방울 이사진에 유력인사들을 대거 포진시켰던 김 전 회장을 두고는 정치권 인맥이 두껍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검찰은 지난 11일 태국에서 압송한 쌍방울의 '금고지기' 김씨를 상대로 횡령 자금 사용처를 강도 높게 조사 중이다. 지난해 5월 해외도피했던 김 전 본부장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는 김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장에 '자금조성·돈세탁' 과정 적시… '금고지기' 김씨 추궁할 듯

    A4 용지 45쪽 분량의 검찰 공소장에는 김 전 회장이 쌍방울 계열사를 통해 약 590억원의 자금을 조성한 과정이 자세히 적시됐다. 김 전 회장은 임직원 등의 명의로 여러 비상장 회사를 만든 뒤 계열사들이 돈을 대여하게 하거나 부당지원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조성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썼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3일 김 전 회장을 기소하면서 그가 페이퍼컴퍼니 5개를 통해 돈을 횡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소장에는 그 내역과 조성 과정이 구체적으로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 실무 과정은 '금고지기' 김씨가 총괄한 것으로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본부장이 '돈세탁'하는 과정도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방울 임직원 등의 계좌로 돈을 계속 이체하거나 거액의 수표를 뽑은 뒤 이를 점차 적은 금액의 수표로 교환해 나가는 방식으로 금융 당국의 추적을 피했다는 것이다. 수표를 환전상에게 들고 가 현금으로 바꾸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이런 부분을 조사 중이다. 김 전 회장 측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씨의 귀국 이유를 "김 전 회장이 진실을 밝히고 싶어 한다. (이 대표 측이)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려는 모양새가 있어서 굉장히 배신감과 억울함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 의혹에 자신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 "완전한 창작소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와의 전화를 김 전 회장에게 바꿔준 것으로 조사된 이화영(구속기소)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변호사를 통해 "그런 사실 없다"는 성명을 내며 부인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방북 비용 대납' '이 대표와 전화 통화'를 인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12월 등 최소 4차례에 걸쳐 이 대표와 통화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또 북한에 제공한 돈은 회삿돈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자금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