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조직국장,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등 4명 국보법 위반 혐의 조사2017년부터 임무 수행… 암호 프로그램 통해 北과 교신·보고간첩 혐의 받는 'ㅎㄱㅎ', '자주통일민중전위'와 판박이처럼 닮은 사건민노총 조직국장, 보건의료노조 실장, 세월호 쉼터 대표, 전 금속노조 등 조사
  • ▲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해 경찰들이 민주노총 사무실 앞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해 경찰들이 민주노총 사무실 앞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수차례 만나 '지령'을 받고 입국해 '지하조직'을 구축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회합·통신 등) 혐의로 민주노총 A조직국장과 보건의료노조 B실장, 세월호 제주기억관 평화쉼터 C대표,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D씨 등 4명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인사들과 접촉해 반정부단체 조직 등 지령을 받고 실행에 옮긴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방첩당국은 지난 18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피의자들이 현재도 북한 공작조직과 연계해 범행을 지속 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압수수색의 주된 이유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방첩당국에 따르면, 2017년 9월11일 A국장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과 접촉했다. 둘째날에는 B실장이, 셋째날에는 C대표가 각각 북측 인사와 만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D씨는 2019년 A국장과 함께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는 현지에 북한대사관이 있어 북한 공작원의 주요 접선지역으로 활용돼왔다.

    A국장 등은 북측 인사로부터 주요 시민단체 장악, 반정부단체 조직, 북한과의 교신 방법 등을 교육받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달러로 된 활동비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상황이나 첩보 등은 사이버 드보크(Cyber Devoke)나 암호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 등을 이용해 북한에 보고하면서 교신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방첩당국은 이들 4명 중 A국장을 총책으로 보고 있다. A국장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나머지 3명을 포섭하는 데 성공했고, 동시에 보건의료노조와 광주 기아 공장 등 3곳에 지하조직 설립을 시도했다고 방첩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이들의 수법은 최근 방첩당국이 의혹을 갖고 수사 중인 'ㅎㄱㅎ'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의 간첩 행위와 유사하다. 두 사건은 별건이지만, 판박이처럼 닮았다.

    한길회'의 초성을 딴 것으로 추정되는 'ㅎㄱㅎ' 총책 E씨는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 김명성과 접촉해 '반미투쟁' '민노총 등 침투·장악 및 세력 확대' '윤석열 대통령 규탄' 등의 지령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명성은 북한 정권 초기부터 대외연락부→ 사회문화부→ 225국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간첩 남파 등 대남공작 임무를 수행해왔다.

    E씨는 제주지역 진보정당 핵심 간부로 활동하면서 'ㅎㄱㅎ'를 조직하고 간첩활동 등을 수행했으며, 수집한 정보는 사이버드보크·스테가노그래피·클라우드 등을 이용해 북에 보고했다.

    '자통' 역시 북한 김명성과 접촉했으며, 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 등에 침투해 사람을 포섭하고, 젊은 세대 교육도 하며 활동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이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노총은 "우리를 음해하고 고립시키려는 정권의 폭거"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색깔 덧씌우기 공작이고 공안통치의 부활이다. 폭거에 맞서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이번 수사는) 2023년 오늘 정권이 구시대 유물인 국가보안법을 다시 불러와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노동조합활동을 탄압하면서 대대적으로 여론몰이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획된 공안몰이에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며 적극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