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한국 축구팀 대표 선출에 일본 국민 30% 반영… 가능한가"안철수 "우리 당 지지층을 일본 국민에 비유… 토착왜구론 충격적"국민의힘 당권주자 전당대회 레이스… 당심 주도권 잡기 치열
  • ▲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 당대표선거에 공식 출사표를 던진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공개적으로 설전 벌이며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김 의원이 당원선거인단투표 100%를 골자로 한 전당대회 룰 개정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지지층을 '일본 국민'에 비유했는데, 안 의원이 이를 두고 "토착왜구 세계관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며 격돌하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12일 대구에서 열린 영남지방자치연구원 개원식에서 '당심만으로 뽑힌 당대표가 총선에서 호응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한국 축구팀 감독을 뽑는데 일본 국민 의견을 30% 반영하라,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일본 국민 30%의 의견을 안 들었다고 해서 한국 팀 감독이 제대로 못할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궤변 중 궤변"이라고 언급했는데, 안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을 '일본 국민'이라고 비유한 것을 걸고 넘어진 것이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김기현 의원의 민주당 토착왜구론,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우리 당 지지층을 일본 국민이라고 하면 누가 총선에서 우리 당에 표를 주겠나"라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또 "김기현 의원 눈에는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국민들이 남의 나라 사람으로 보이는가"라며 "어떻게 우리 지지층을 일본 국민으로 매도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김기현 의원의 주장은 민주당의 '토착왜구' 세계관과 다르지 않다"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이 자신을 토착왜구로 규정하고 비판하자 재반박에 나섰다. 그는 13일 페이스북에 "꿈에도 생각지 못한 토착왜구 프레임이 등장했기에 깜짝 놀랐다"며 "당원이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을 토착왜구론으로 연결했다"고 개탄했다.

    김 의원은 "아무리 지지율이 떨어지는 절박한 상황이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며 "토착왜구는 민주당이 우리 당 인사들을 친일 프레임으로 공격할 때 즐겨 쓰는 혐오 용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도 즉각 응수에 나섰다. 안 의원은 같은 날 오전 국민의힘 서울 강남을당협 당원간담회에서 '토착왜구론' 논란과 관련 "지난 전당대회에서 30%의 민심을 반영한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아닌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조사한 것인데 (김 의원이) 일본 국민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하면서 대통령과 함께 일본에 대한 외교에 대해 어느 정도 방향을 정했다"며 "경제나 안보 면에서는 공조를 하면서 역사적인 면은 분리해서 접근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렇듯 차기 당권주자들 간 공방이 과열되자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레이스 초반 당심을 잡기 위한 주도권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