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군단, 12월26일 오전 10시19분쯤 北 무인기 최초 포착… 6분 뒤 합참 보고수도방위사령부는 이 정보 못 받고, 오전 10시50분쯤 P-73 부근에서 미상 항적 포착적 항공기 경계태세 강화 조치인 '두루미', 100분 지나 발령… 무인기 이미 서울 떠난 시점
  • ▲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합참이 국방위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식별 경로 관련 자료. ⓒ국회 국방위원회 제공
    ▲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합참이 국방위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식별 경로 관련 자료. ⓒ국회 국방위원회 제공
    최근 북한 무인기가 서울 영공을 활보할 당시 우리 군 대응에 총체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방공작전을 책임지는 수도방위사령부에는 북한 무인기 침공 상황이 전달되지 않았고, 적 항공기 공세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강화하라는 명령은 100여 분이 지난 뒤에야 발령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6일 오전 10시19분쯤 육군 1군단은 국지방공레이더(TPS-880K)를 통해 북한지역에서 미상 항적을 최초로 포착했다. 6분 뒤 해당 항적이 남쪽으로 이동하자 이를 무인기로 판단하고 합참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이 서울 등 수도권 방공작전을 담당하는 수방사에는 전달되지 않았다. 수방사 방공여단은 같은 날 오전 10시50분쯤 비행금지구역인 P-73 북쪽 끝 지점에서 미상의 항적을 포착했고, 30여 분이 지난 오전 11시27분이 돼서야 무인기 침범으로 결론 내려 합참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방위 담당' 수방사, 北 무인기 침투 정보 못 받아

    이때는 이미 합참 등이 북한 무인기 대응작전을 시행한 지 1시간여가 지난 뒤로, 북한 무인기가 한참 동안 서울 상공을 누비고 다니던 시점이었다.

    군의 안일한 대응은 적 항공전력에 대비한 경비태세인 '두루미' 발령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SBS는 국방부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공군의 '두루미' 발령 시점이 낮 12시 전후라고 보도했다. 무인기 식별 후 약 100여 분이 지난 이후로, 당시에는 이미 북한 무인기가 P-73을 포함해 서울을 가로지른 뒤 'U턴'해 되돌아가던 때였다.

    두루미는 통상적으로 공군 작전사령부(공작사)에서 발령하지만, 두루미 발령 권한이 공작사에만 있는지 여부는 보안사항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1군단-수방사 간 협조 부족 인정"… 구체적 이유는 침묵

    합참은 지난 8일 문자 공지를 통해 "1군단과 수방사 간 상황을 공유하고 협조하는 것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두루미'를 바로 발령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군은 두루미 발령 이전부터 남하한 미상 항적을 북 무인기로 판단하고 대공 감시 강화, 공중전력 긴급 투입, 지상 방공무기 전투대기 등 필요한 작전 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수방사에 상황 전파가 되지 않은 이유와 '두루미' 발령이 늦어진 까닭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도 입을 다물고 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9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1군단과 수방사 간 상황을 공유하고 협조하는 부분이 부족했다고 어제 말씀을 드렸다"며 "현재 전비태세 검열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병주 의원은 지난 5일 수방사 현지 시찰에서 "전방지역의 1군단에서 (무인기를) 탐지했으나 수방사에 탐지 정보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됐다"며 작전체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