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9.19군사합의, 우리가 지킬 의무가 없다"野 "北무인기, 용산 지나간 것 같다… 사실관계 축소"
  •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국회 국방위원회가 28일 '북한 무인기 도발'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받은 가운데 여야는 서로 전·현 정권을 비판하며 '네 탓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시절 9·19군사합의로 인해 우리 군 전력이 약화했다고 지적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국방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종섭 국방부장관,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 군 지휘부로부터 북한의 무인기 도발과 관련한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 자리에서 "9·19군사합의에서 상호 공중지역에 대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은 이제 우리 국방부가 그만하겠다고 얘기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9·19남북군사합의(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체결됐다.

    이 합의서 1조에는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고 적시돼 있다.

    한 의원은 "이제 공역에 대한 문제만큼은 9·19군사합의를 우리가 지킬 의무가 없다"며 "하나만이라도 풀면 앞으로 작전에 융통성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의원은 그러면서 9·19군사합의가 우리 군 전력에 영향을 끼쳤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며 문재인정부를 겨냥했다.

    그는 "9·19군사합의에 따라 침범하지 않기로 하고 우리 것도 안 띄우기로 했는데 무슨 경계근무를 하겠나"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이어 "10㎞, 20㎞ 공중에 우리가 한정을 지어 놓고 있는 범위를 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미 병사들이나 작전을 하는 장교·부사관들 마음 속에 작전에 대한 긴박감 자체가 없다. 계속 9·19군사합의가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무인기가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용산까지 날아온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군 당국에서) 자료를 하나도 주지 않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두 쪽짜리를 달랑 줬다. 그림에 보면 드론(무인기) 1번기 경로가 서울 북부를 지났다고 했는데, 서울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부분만 보면 용산을 지나간 것 같다"며 "어디 수도권 북부를 지나간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 의원은 "대강 보니 은평·서대문·중구·광진·중랑 그리고 용산도 지나간 것 아니냐는 그림인 것 같다"며 "합참에서 26일 브리핑을 할 때 서울 북부를 지나갔다고 했다. 이는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참담하다"며 윤석열정부의 안보정책을 맹폭했다.

    김 의원은 "5대의 북한 무인기가 서울 영공을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책임 지는 사람이 없는 이 정부를 믿고 국민들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한 것을 사과하는 한편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구 상공까지 왔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이 장관은 "어제(27일) 작전본부에서 두 차례에 걸쳐 국민께 송구한 말씀을 올렸고 오늘(28일)도 마찬가지"라며 "국방부장관으로서 북한 무인기 도발 상황에 대응하는 작전의 결과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구 상공까지 왔다는 의혹에는 "용산까지는 오지 않은 것은 확신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 장관은 "은폐 의혹은 전혀 없었다"며 "세부 지명에 대해 요도(필요한 것만 간단히 그린 도면이나 지도)가 보안문제 때문에 자세한 지명을 기록하지 않았는데, 별도로 세부 지명까지 말씀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용산 지역까지 온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북한 무인기는 지난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해 경기·인천을 지나 서울 상공까지 침투했다

    글라이더 형태로 추정되는 1대는 경기도 김포시와 파주시 사이의 한강중립수역으로 진입해 서울 북부까지 비행한 뒤 북한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4대는 인천시 강화군 일대에서 유턴 하거나 좌우로 움직이는 등의 항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당시 관련 매뉴얼에 따라 전투기와 헬기 등 약 20대의 공중전력을 긴급 출격시키는 등 약 5시간 동안 대응했으나, 북한 무인기 5대 중 1대도 격추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