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회사, 김인섭 영입하자… 성남시, 백현동 부지 4단계나 용도 상향검토보고서 이재명과 정진상이 결재… 유동규 "성남시가 김인섭 보고 인허가"
  •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최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수감 중)이 김인섭(69)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거론하며 백현동사업을 살펴보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정 전 실장 관련 진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김 전 대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2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0일 유 전 본부장을 조사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김 전 대표가 백현동사업 인·허가를 받는 데 중간 고리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가 2006년 성남시장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선대본부장을 지냈고, 2010년 선거 때도 캠프에서 이 대표를 도왔다.

    용도 상향 등 사업 핵심 절차에서 '김인섭 입김' 가능성

    성남시는 2015년 1월 부동산 개발회사인 아시아디벨로퍼가 김 전 대표를 영입한 뒤, 같은 해 3월 앞서 두 차례 반려했던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11만1265㎡를 대상으로 한 용도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토지 용도를 자연녹지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나 상향해 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검토보고서에 결재했다고 한다.

    지난 7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성남시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 참여하는 민관 합동 개발을 용도변경 조건으로 걸었다. 그러나 공사는 이후 사업 참여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고 2016년 7월께 유 전 본부장이 실무자들에게 철수를 지시해 성남도개공은 사업에서 빠졌다. 유 전 본부장은 이로 인해 공사에 최소 31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경찰 조사에서 "정 전 실장이 얘기해서 실무자들에게 '민간업자를 만나보고 오라'고 하고 밑에 맡겨뒀는데, 이후 진행 상황을 물으니 부정적으로 보고해서 '알아서 하라'고 했을 뿐"이라며 "사업 참여나 포기 결정은 나와 관련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김인섭 보고 인·허가해 준 게 아니면 납득 안 돼"

    경찰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성남시가 김인섭을 보고 백현동사업 인·허가를 해 준 게 아니면 납득이 안 된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토지 용도변경과 임대주택 축소 등에 김 전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은 백현동사업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지난해 11월 고발됐다.

    이 대표는 지난 2월11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김 전 대표를 두고 "저는 연락도 잘 안 되는 사람"이라고 거리를 뒀지만, 경찰은 최근 김 전 대표의 옛 동업자를 조사하며 "정 전 실장과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2006년 성남시장선거 때 서로 알게 돼 이후 줄곧 가깝게 지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이 대표가 백현동 임대주택 용지 비율을 100%에서 10%로 축소하는 검토보고서에 결재하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