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하던 이준석, 청년층 대상 '보수주의의 길을 묻다' 강연유승민, 전당대회 룰 개정에 "막장 드라마 배후엔 윤석열" 맹폭
  • ▲ 유승민 전 의원.ⓒ이종현 기자
    ▲ 유승민 전 의원.ⓒ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이른바 '유승민계'가 활동을 위한 몸풀기에 들어갔다.

    지난 7월 징계 이후 잠행을 이어오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공개 강연에 나서고,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전당대회 룰 개정을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당내 계파정치를 비판하며 대표적 비윤(非尹)계 당권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이 이들의 도움으로 여의도 재입성을 노릴지 주목된다.

    "유승민 대통령 만들겠다" 이준석, 청년층 대상 공개 강연

    2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오는 22일 고려대 정경대학 일반대학원 정치외교학과 한 수업에서 '보수주의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강연한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메모지를 통해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직접 답변할 예정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당 지도부와 비상대책위원회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적 공방을 벌였으나, 정치적인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잠행을 이어갔다.

    그러던 이 대표는 지난 11월28일 자신이 당 대변인으로 임명했던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모습을 보였다. 

    이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원투표 100% 룰 변경과 관련한 글을 연달아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윤리위 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당 내부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전 대표가 활발한 페이스북 활동과 더불어 청년층을 대상으로 공개 강연에 나서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당권주자로 꼽히는 유 전 의원을 돕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전 대표는 2019년 12월 '여성신문TV'에 출연해 "21대 국회에서 내가 있는 당(바른미래당)이 압승해 나중에 유승민 대통령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는 "나는 대통령 만들어야 될 사람이 있다. 유승민"이라고도 언급했다.

    유승민, 전당대회 룰 개정에 "배후에 尹대통령" 주장

    유 전 의원은 아직 당권 도전을 공식화하지 않았으나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재차 요구하는 등 정부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당원투표 100%를 반영하는 전당대회 룰 개정에도 강력하게 반발하며 당권 도전을 위한 몸풀기에 들어갔다.

    유 전 의원은 이날 MBC TV '뉴스외전'에 출연해 "저를 배제하려고 별별 수단을 다 쓸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말 100 대 0을 할 줄 몰랐다"며 "승부조작 같다. 자기들이 골을 집어넣으려는 것이지, 골대를 왜 옮기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당 이름이 국민의힘인데 '당원의 힘' '윤심의 힘'으로 이름을 바꿔라"라고 비아냥댄 유 전 의원은 "막장 드라마 배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고 본다. 윤핵관이 누구를 믿고 설치겠느냐"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조만간 친유승민계의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국민의힘 내 대표적인 친유승민계 의원은 유의동·김웅·강대식 의원 등이 꼽힌다.

    김웅 의원도 19일 페이스북에 2018년 지방선거 참패에 당 지도부가 무릎 꿇고 사과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2024년 4월에 또 이럴 것인가"라며 "그때 국민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읍소한들 한 번 배신당한 국민이 돌아올까요"라며 전당대회 룰 개정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승부조작 판치면 팬들은 떠나리, 유승민만은 절대 안 돼 길게도 얘기하네"라고 해시태그를 달았다.

    당원투표 100% 룰 개정이 오히려 유력한 후보를 배제하는 모습으로 보여 유 전 의원을 띄워 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차기 당대표 선출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이 계속 1등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당연히 유 전 의원을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추미애 전 장관 등이 핍박하니까 부각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친윤계 4인방 중 한 명인 이철규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유 전 의원의 반발을 두고 "이해당사자의 말씀이지 않나"라며 "어떤 룰도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당원들의 표심이 본인에게서 멀어져 있다고 생각하면서 당대표에 나올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