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비대위원장 "전당대회 의사결정, 여론조사 채택한 나라 없다"'당원 70%, 여론 30%' 룰 개정 착수… 유승민계 즉각 반발
  •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및 지도부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및 지도부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룰 개정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원투표 반영 비율 확대를 공식화했다. 정당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당의 주인인 당원의 권한을 늘린다는 방향에서다. 

    국민의힘은 당원투표 70%에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현행 룰에서 여론조사 비율을 아예 제외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비윤(非尹)계 대표주자를 표방하며 당권 도전 몸풀기에 들어간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이 같은 당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했다.

    "전당대회, 국민 인기 얻는 자리 아냐" 룰 개정 착수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 "전당대회를 우리 당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며 "유럽의 내각제 국가든 미국의 경우든 전당대회 의사결정을 위해 여론조사를 채택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당원투표와 여론조사의 비중이 7 대 3인 현행 전당대회 룰에서 사실상 여론조사를 배제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는 2024년 총선 승리를 견인해 윤석열정부 성공을 뒷받침해야 하는 중책을 맡는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된 지난해 6월 전당대회 당시 책임당원이 28만 명 수준이었지만, 최근 79만 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젊은 층인 20대, 30대, 40대 당원은 전체의 약 33%를 차지한다.

    통상 전당대회 기간에 책임당원 수가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 3월에는 100만 명 안팎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불리의 문제가 아닌 원칙에 따라 당의 주인인 당원에게 2024년 총선을 이끌 당대표 선출 권한을 온전히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와 공직 후보자를 뽑는 것은 성격이 같을 수 없다. 정당민주주의에 충실한 전당대회 룰을 만들겠다"며 "문재인정부를 무너뜨리고 윤석열정부를 탄생시킨 책임당원에게 당의 미래와 방향, 지도부 선출을 맡기는 것은 당연하다. 전당대회는 당원의 총의를 묻는 자리이지 국민 인기를 묻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이 논의가 정당민주주의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라고 전제한 정 비대위원장은 "국가 권력은 국민에서 나오듯 당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의, 당원에 의한, 당원을 위한 단결과 전진의 축제로 준비하겠다"고 예고했다.

    젊은 당대표 탄생했지만 결과는 집안싸움

    그간 내년 3월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룰 개정 움직임이 끊임없이 있었다. 지난해 6월 사상 첫 30대 원외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전 대표 사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다.

    이 전 대표는 당시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에서는 37.41%를 얻어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뒤졌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58.76%를 얻으며 나 부위원장(28.27%)을 크게 제쳐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시 나 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원 표를 갈랐다는 평가도 나왔다.

    젊은 당대표 탄생으로 국민의힘에 '새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으나 대선 때 당무 거부 후 잠행을 비롯해 당 윤리위원회 징계 불복 등 집안싸움을 일으키며 여당이 윤석열정부 초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해와 상황은 다르지 않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 도전 후보군으로는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권성동 의원과 나경원 부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황교안 전 대표가 꼽힌다. 모두 완주한다는 가정하에 현행 7 대 3 비율에서는 당원투표를 여러 후보가 나눠 가질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존재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2024년 총선 승리가 절실한 만큼 대통령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윤심'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웅 "유승민 공포증" 반발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권주자 유·불리와 관계없다고 하지만, 유승민 전 의원 측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그동안 뽑힌 당대표, 최고위원들은 모두 당연하지 않은 선출이었냐"며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해 어떤 장식을 해봐도 그것이 유승민 공포증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도 14일 밤 페이스북에 "1등을 자르고 5등을 대학에 보내려고 하는 순간 그것이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당권주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사실 저도 지난번 지방선거 때 저에게 여론조사 전화가 와 저희에게 가장 좋은 사람(최약체)을 선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