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수사 땐 "정치탄압" 민주당 반발… 김용 압수수색 땐 이재명 "참혹한 일" 눈물도이재명-노웅래 '이재명·송영길 공천' 놓고 멀어져… 민주당, 노웅래 압수수색에 침묵
  • ▲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노웅래 민주당 의원을 겨눈 뇌물수수 혐의 수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를 적극 방어하던 모습과 비교된다.

    노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와 관련 "철저히 기획된 야당탄압 시나리오"라며 "검찰이 적시한 청탁 내역과 저의 의정활동 사이에는 어떠한 업무연관성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이어 노 의원은 "검찰이 뇌물 공여자로 지목한 사업가 박모 씨는 저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며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윤석열정부와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저를 시작해 수많은 야당 의원을 엮을 것이고, 그 칼날의 끝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할 것"이라고 주장한 노 의원은 "이는 명백한 정치보복이며 잔학무도한 야당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의원을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의응답 시간을 따로 갖지 않았다. 다만 '민주연구원장 직을 그만둔 것과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에 노 의원은 "전혀 관계없다"고,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장관과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는 "나중에 드러나지 않겠나"라고 짧게 답한 뒤 현장을 떠났다. 

    노 의원은 사업가 박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21대 국회의원선거 비용 명목 등으로 5차례에 걸쳐 총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구속 기소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의혹을 받는다.

    민주당은 최근 검찰이 이 대표의 측근인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을 향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자 '정치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내에서 지도부와 대변인이 일개 당직자의 개인비리에 과민하게 대응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4선 중진인 노 의원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날 오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가 모인 당 정책조정회의에서도 전날 있었던 검찰의 노웅래의원실 압수수색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민주당 4선 이상 중진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노 의원 관련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이 중 한 의원은 동료 의원에게 "노웅래는 무슨 일이야?"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16일 검찰의 노웅래의원실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당의 대응 방식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노 의원이 부재한 의원실에 검사와 수사관이 입실한 시각은 오후 4시39분,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은 바로 옆 의원실에 있던 민주당 설훈 의원이었다. 설 의원의 입실 시각은 4시46분이다.

    설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오후 8시쯤 압수수색이 시작될 때 나는 나갔다"며 "사무부총장하고 법률위원장이 와서 교대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사무부총장과 김승원 법률위원장이 노웅래의원실에 도착한 뒤 설 의원은 자리를 떠났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검찰이 민주당사에 있는 김 부원장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할 때는 민주당의 반발에 부닥쳐 영장 집행이 불발됐다. 닷새 후 검찰은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했고 민주당 측과 5시간이 넘는 대치 끝에 영장을 집행했다.

    당시 이 대표는 당사 앞으로 찾아가 "야당 중앙당사 침탈이라는 대한민국 정당사 역사에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따른 항의 차원으로 이튿날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까지 거부했다. 야당 의원들의 대통령 시정연설 전면 보이콧은 헌정사상 최초였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찬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노 의원 수사에 따른 당 차원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일단 갑작스럽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이뤄진 일이라 내용 파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실상 현재 당 차원의 계획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노 의원은 이 대표와 같은 중앙대 출신으로, 두 사람의 사이는 한때 원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 의원이 원장으로 있던 민주연구원이 지난 7월4일 '6·1지방선거 평가보고서'를 통해 선거 패배 원인으로 '이재명·송영길 공천문제'를 꼽으면서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노 의원이 대학 후배인 이 대표를 챙겼고,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의 좌장격 역할을 했다"며 "민주연구원 보고서를 계기로 둘의 사이가 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최근 민주연구원 원장직 사의 의사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