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력도발 멈추지 않는데… 文, '빨치산' 다룬 책 추천 '논란''종북주사파', '文=김일성주의자' 비판 나오는 시점에서 의문전향한 '386' 김대호 소장 "文, 운동권 박수부대에 머물러" 일침
  • ▲ ⓒ문재인 전 대통령 트위터 캡처
    ▲ ⓒ문재인 전 대통령 트위터 캡처
    최근 북한의 핵도발 수위가 높아지면서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들의 '확고한 대적관'을 주문하는 등 엄중한 안보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아버지의 해방일지>라는 책을 추천해 논란이 일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트위터를 통해 "책을 추천하는 마음이 무겁다"며 빨치산을 주제로 한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소개했다.

    정지아 소설가가 쓴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일제시대 이후 사회주의 세상을 꿈꾸며 지리산 일대에서 빨치산 활동을 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딸이 아버지의 삶을 회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문 전 대통령은 "요산문학상 수상으로 이미 평가받고 있지만, 제 추천을 더하고 싶다"며 "32년 전의 '빨치산의 딸'을 기억하며 읽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는 평을 남겼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해학적인 문체로 어긋난 시대와 이념에서 이해와 화해를 풀어가는 작가의 역량도 감탄스럽다"고 치하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건국과는 방향이 다른 '빨치산' 활동을 다룬 책을 추천한 시점에 의문이 남는다. 최근 북한의 잇단 무력도발로 우리나라는 물론 동북아시아 정세에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윤 대통령이 '확고한 대적관'과 안보관을 주문한 것은 물론, '종북주사파' 세력을 비판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북한이 군용기 위협비행과 탄도미사일 발사, 포병 사격 등 무차별적 도발을 감행하자 "9·19군사합의 위반"이라며 문재인정부 시절 체결된 9·19합의도 재검토할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북한의 이런 물리적인 도발에는 반드시 정치공세와 대남 적화통일을 위한 사회적 심리공세 등이 따르게 돼 있기 때문에 우리 국군 장병과 안보 관계자를 비롯해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일치된 마음으로 확고한 대적관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헌법 수호 정신을 확실하게 갖는 것이 안보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오찬 간담회에서 '종북 주사파' 세력을 비판하는 의견이 나오자 이에 동조하며 "자유민주주의에 공감하면 진보든 좌파든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지만,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적대적 반국가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도 부연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대통령실은 "이는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세력과는 타협할 수 없다는 의미로 '국가 보위'가 첫 번째 책무인 대통령으로서 기본적 원칙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발언으로 야당 측이 반발해 퇴장 당한 후에도 "문 전 대통령은 총살감이고 김일성주의자"라는 견해를 고수했다.

    "신영복 사상이라는 것은 김일성 사상"이라고 강조한 김 위원장은 "신영복 선생과 공범이었던 통일혁명당 세 명은 사형됐고, 신영복 선생은 무기징역을 받고 20년20일 감옥에서 살았지만 본인이 전향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며 "신영복의 사상을 따른다는 것은 김일성주의자"라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당시 세계 100여 개국 정상, 북한의 김영남과 김여정을 앞에 두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는 신영복이라고 공개적으로 전 세계에 말했다. 그래서 김일성주의자가 맞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빨치산을 주제로 한 책을 추천하자 과거 서울대 공과대학을 다니며 노동운동을 하다 전향한 '386세대'인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문 전 대통령은) 아직도 운동권 후위, 박수부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24일 페이스북에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추천한 문 전 대통령의 트위터 포스팅을 공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1990년 전후하여) 빨치산 체험수기를 읽을 때는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면서도 북한·소련 군정 하에서 일어난 일 등 역사의 견문이 넓어진 이후에는 견해가 달라졌다는 소회를 남겼다.

    "이론 구조와 한계를 보고, 또 빨치산과 사고방식, 감정반응(이념적, 문화적 유전자)이  비슷한 내 친구 선후배 운동권의 엄청난 사상이념적 지체 내지 화석화 현상을 보면서 해방공간의 좌익들에 대한 공감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문재인은 정지아 소설을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한 김 소장은 "1980년대 화석들에게는 대한민국은 불의한 가해자요, 북한과 빨치산은 선한 피해자로 보일 수 있는데 역사와 세계에 대한 견문도 좁고, 신영복을 존경하는 (옥중 수필가나 서예가 아니라) 사상가라 하고, 북한 김정은에게 무한 관용과 신뢰를 보내는 것을 보면, 또 문재인의 이 서평을 보니 아무래도 아직도 1980년대 운동권 후위, 박수부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대학 시절 나의 비판의식과 사회의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은, 그 무렵 많은 대학생들이 그러했듯 리영희 선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리영희의 논문 '베트남전쟁'을 읽은 경험을 소개하면서 "1, 2부는 누구도 미국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을 시기에 미국의 패배와 월남의 패망을 예고했다" "3부는 그 예고가 그대로 실현된 것을 현실속에서 확인하면서 결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적어도 글 속에서나마 진실의 승리를 확인하면서, 읽는 나 자신도 희열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미국이 월남전에서 패배할 것을 예견한 리영희 선생의 글을 보고 희열을 느꼈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에 2017년 대선에서 문 전 대통령과 경쟁했던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현 대구시장)는 문 전 대통령을 향해 "공산주의가 승리한 전쟁인데 희열을 느꼈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반문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리영희의 논문 1, 2부와 3부가) 수미일관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