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선박 탄 상태서 실종된 게 아니어서 매뉴얼 적용 대상 아냐" 해명3개월 뒤 '민간 선박·인원' 집어넣어 매뉴얼 개정…與 "알리바이 만든 것"
  • ▲ 통일부가 그려진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정상윤 기자
    ▲ 통일부가 그려진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정상윤 기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고(故) 이대준씨에 대한 '발견 통보'를 받고도 매뉴얼대로 구조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지적 받은 통일부가, 지난해 초 해당 매뉴얼을 슬그머니 개정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과거 검찰 수사에서 매뉴얼 적용 상황에 해당하지 않아 대응이 어려웠다고 해명했었다. 

    15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통일부는 2018년 4월 제정한 '북한 관할 수역 내 민간 선박·인원 나포 대응매뉴얼' 세부 지침을 지난해 1월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 '북한 관할 수역 내 민간 나포 대응매뉴얼' 개정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위원장 하태경)가 지난 7월5일 발표한 최종보고서를 보면, 기존 대응매뉴얼에는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파하고, 대변인 브리핑 등을 통해 북한에 즉시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통일부는 이를 '민간 선박·인원이 북한 수역 내에서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북측 수역으로 이동·표류할 가능성만 있으면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파하고 북한에 통지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2020년 9월21일 이씨 실종 당시 대응매뉴얼대로 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한 통일부 해명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2020년 10월 조태용(현 주미대사) 당시 국민의힘 의원 측이 대응매뉴얼 미 적용 이유를 묻자 "이씨가 선박에 타고 있는 상태로 실종된 게 아니라서 매뉴얼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통일부 관계자들은 "매뉴얼 제·개정 이전에는 당시 상황에 부합하는 매뉴얼이 없어 대응이 어려웠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알려졌다.

    공무원 이씨 실종 당시 '발견 통보'에도 무대응 일관

    이와 관련, 한 여권 관계자는 "당시 이씨가 북한 수역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정황을 알고도 손을 놓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모든 게 매뉴얼 탓인 양 몰래 개정하는 방법으로 알리바이를 만든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지난 13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통일부가 이씨 실종 이튿날인 2020년 9월22일 오후 6시 국정원으로부터 발견 정황을 최초 전달받았음에도 무 대응으로 일관한 점을 문제 삼았다.

    감사원은 "(통일부가 국정원과) 수차례 통화하면서 '이씨가 해상 부유물을 잡고 표류 중이며 구조활동 정황이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는 등의 상황을 파악했다"며 "북한 내 우리 국민의 억류·위해 등이 발생하면 주관기관으로서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파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송환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는데도 통일부는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