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동아·미래엔 등 초등 사회교과서 "남한만의 총선거 반대 봉기""무고한 양민에 대한 좌익의 살상 만행 빠지고 정당한 봉기인 듯 포장""북한에 이미 사실상 정부가 수립됐던 사실 외면하고 5.10총선거를 분단의 원흉으로 매도"
  • ▲ 동아출판사 초등 사회교과서139페이지.ⓒ동아출판사
    ▲ 동아출판사 초등 사회교과서139페이지.ⓒ동아출판사
    2023년도 초등학교에서 사용할 대부분 검정 사회교과서에서 제주 4·3사건을 "남한만의 총선거를 반대해 봉기가 일어났다"고 서술하는 가운데, 우파 시민사회에서 이런 내용이 왜곡된 서술이란 비판과 우려가 제기된다.

    대부분 출판사, '무력충돌과정' 표현… 남로당제주위원회 만행 서술 안 해

    금성출판사 사회교과서 139페이지에서는 사건을 "1948년 제주도에서는 남한만의 총선거를 반대해 봉기가 일어났다"며 "정부는 군대와 경찰 등을 동원해 이를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2만5000여 명이 넘는 민간인 등이 죽거나 다쳤다. 이를 제주4·3사건이라고 한다"고 서술했다. 또 희생자 모녀를 추모하는 조각상 비설에 대해서도 "토벌대가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동아출판사의 경우 139페이지에 "남한만의 단독선거가 결정되자 이를 반대한 세력이 1948년 4월3일에 제주도에서 무장봉기를 했다"며 "무력 충돌 과정에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됐다"고 적었다. 

    미래엔 출판사는 141페이지에 "1947년 제주도 3·1절 기념 행진에서 한 아이가 경찰이 타던 말에 치여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분노한 주민들은 경찰에게 항의하면서 시위를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경찰이 총을 쏴 민간인 6명이 사망했다"고 묘사했다. 

    또 "이런 가운데 1948년 제주도의 일부 세력들은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반대하고 통일정부수립을 내세우며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미군정과 정부는 이들을 무력으로 진압했고 그 과정에서 죄없는 사람들이 희생됐다"고 서술했다.  

    천재교과서 출판사 역시 146페이지에 "남한만의 단독선거 실시와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났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단독 선거 반대와 통일 정부수립 등을 내세우며 시위가 크게 일어났다"며 "1948년 4월3일 제주도의 공산주의 세력과 일부 주민이 무장 봉기를 일으켰다. 이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와 경찰 등이 동원됐고,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제주도 주민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고 서술했다. 역시 군경 및 그 가족들을 비롯한 무고한 양민에 대한 좌익의 살상 만행에 대한 서술은 그대로 빠진 것이다.
  • ▲ 금성출판사 초등 사회교과서 139페이지.ⓒ금성출판사
    ▲ 금성출판사 초등 사회교과서 139페이지.ⓒ금성출판사
    제주4·3진실규명연대 "초등교과서마저 왜곡된 현 상황에 깊은 우려"

    이 같은 서술과 관련해 4·3진실규명연대는 본지에 입장문을 보내와 이 같은 서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연대 측에 따르면, '남한만의 총선거를 반대해 봉기가 일어났다'라는 부분은 '제헌의원 선출을 위한 5·10총선거를 반대해 폭동과 반란이 일어났다'고 수정돼야 한다. '봉기'란 표현부터가 적절치 않으며, '남한만의 총선거 반대'란 서술은 4.3 사건이 마치 남북통일을 위해 선의로 일어난 것처럼 포장되고, 대한민국 수립에 반대했던 좌익의 폭동이란 사건의 성격이 무색해진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군·경을 동원해 이를 진압하고, 이 과정에서 2만5000명이 넘는 죽거나 다쳤다'는 부분은 '정부는 군대와 경찰 등을 동원해 좌익 남로당 인민유격대와 자위대들을 진압, 이 과정에서 1만4000여 명이 넘는 민간인 등이 죽거나 다쳤다'고 해야 한다. 연대 측은 금성교과서에 2만5000여명이라는 사상자의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연대는 추모 조각상 비설에 대해서도 "군·경 토벌대에 의한 피해만 강조해 형평성이 없다"며 "남로당인민유격대 및 자위대가 저지른 만행은 철저히 감췄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헌의원 선출을 위한 5.10총선거를 남북 분단의 원흉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북한은 이미 1946년 2월8일 김일성을 위원장으로 하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를 설립했고, 이것이 사실상의 단독정부였다는 사실도 배제돼 있다.

    이어 5.10총선거 결정을 반대한 세력이 남로당제주도위원회세력들로 수정돼야 한다면서 무장봉기가 아니고 '무장폭동과 반란', 무력충돌과정이 아니라 '진압토벌과정'이라고 적어야 옳다는 지적이다. 무력충돌과정은 남로당제주위원회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로당제주도위원회는 단순히 3·1절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3·1절 기념 행사를 구실로 전 제주도민들을 동원해 시위를 하고 자기들 주장인 남한의 자유주의 내지 자본주의 질서를 파괴하고, 미 군정을 전복하기 위한 투쟁으로 이용하려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행사를 계기로 제주의 좌익세력들은 좌익계의 힘을 과시하면서 새로운 정치 국면을 열어가고자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연대는 미군정과 정부가 이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다는 내용과 관련해선 "미군정과 대한민국 정부는 진압과 선무 병용작전을 펼쳤다"며 "그 과정에서 죄없는 사람들이 희생됐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사상적으로 좌·우익이 첨예하게 대립한 당시의 상황에서 경찰이 사회질서를 문란시킨 것으로 지목받은 좌익이나 좌익으로 의심가는 자만을 골라 연행해 고문 등을 자행한 것은 조사과정에서 무리가 있었던 것"이라며 "죄없는 일반 주민이 희생된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승학 4.3진실규명연대 사무총장은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주 4·3사건은 역사적으로 평가해야 할 내용들"이라며 "초등 교과서마저 제주 4·3사건을 왜곡한 현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가 된다. 오류투성이인 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