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연합’ 핵심 ‘이탈리아 형제들(FDL)’의 조르자 멜로니…좌파 매체 “극우” “파시스트” 비난파시즘 배격하면서 동성애 반대 등 기독교적 가정관, 자국민 우선, 자유민주주의 가치 강조
  • ▲ 감사 손팻말을 들고 웃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들 대표.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감사 손팻말을 들고 웃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들 대표.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탈리아가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실시한 조기총선에서 우익 정당들이 모인 ‘우파연합’이 전체 의석 40% 이상을 차지한 것이 알려졌다. ‘우파연합’은 ‘이탈리아 형제들’과 ‘동맹(LEGA·대표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 ‘전진이탈리아(FI·대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총선을 위해 연대한 조직이다.

    그러자 이 연합을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차기 이탈리아 총리가 돼서다. 유럽과 미국 등의 좌파매체들은 멜로니 대표를 두고 ‘여성 무솔리니’ 또는 ‘파시스트’라고 비난했다. 순화해서 부르는 호칭이 ‘극우’였다.

    정상적 가족 강조하고 동성애 강요, 불법이민 반대하니까 ‘극우’

    국내 언론들은 멜로니 대표가 15세 때 가입한 정치단체 ‘이탈리아 사회운동(MSI)’이 무솔리니를 찬양하는 네오파시즘 단체이며 그 성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유럽과 미국 좌파성향 매체들의 보도를 그대로 전달했다.

    하지만 멜로니 대표가 지금까지 강조했던 주장을 보면 ‘극우’ 또는 ‘파시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멜로니 대표는 자신을 천주교 신자이자 어머니라 말하며 정상적인 가족 구성을 찬성하고 동성애자들의 정치적 로비에 반대해 왔다. “동성애자를 미워하지는 않지만 ‘젠더 이데올로기’를 남들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 멜로니 대표의 주장이었다.

    또한 멜로니 대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탈리아에 온 외국인이 아니라 ‘난민’이라는 명목으로 들어와 불법취업을 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불법체류자, 특히 북아프리카 이슬람 국가 출신들에 대해 강한 적의를 자주 드러냈다. 이유는 “이탈리아 법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으면서 이탈리아 국민에게 폭력 등 해를 끼친다”는 것이었다.

    ‘극우’나 ‘파시스트’라 부르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우크라이나·대만 지지

    멜로니 대표가 ‘극우’보다는 우파에 가깝다는 점은 언론 인터뷰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강하게 비판하며 우크라이나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이탈리아산 무기를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지난 23일 대만 중앙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멜로니 대표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한편 자신이 집권하면 대만과의 연대는 물론 중국에 대해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가 대만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삼는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EU)도 다른 민주국가처럼 모든 외교·정치수단을 동원해 중국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탈리아가 2019년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을 두고도 멜로니 대표는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홍콩 민주화운동 탄압, 위구르 소수민족 탄압, 대만을 향한 무력시위 등을 언급하며 ‘일대일로’ 참여를 계속 유지하는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NYT “멜로니 대표 집권해도 친푸틴 정책 펴지 않을 것”

    유럽 좌파 언론들은 멜로니 대표가 집권할 경우 그와 손을 잡은 ‘친푸틴 인사’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때문에 이탈리아가 러시아에 대항하는 전선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는 이탈리아의 전향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국제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신문은 멜로니 대표가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입장을 지켜왔고, 이번 선거에서 우파연합을 한 ‘동맹’과 ‘전진이탈리아’의 득표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해 이들의 주장이 먹힐 여지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예상보다 낮은 득표를 한 ‘동맹’의 살비니 대표는 당 대표직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압박까지 받고 있어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처지라고 신문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