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영 특검 "피해자, 강제추행 이후 2차 가해도 경험"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본인 수사 중인 부하 군검사에 위력 행사
  • ▲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내 성범죄 후유증으로 사망에 이른 고(故) 이예람 중사의 직속상관 등 8명의 가해자가 기소됐다. 이들의 2차 가해, 부실수사, 사건 은폐 혐의 등에 따른 것이다.

    13일 안미영(사법연수원 25기) 특별검사 수사팀은 100일간의 수사를 마치고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31일 공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 A씨(35)를 구속 기소하고 지난 9일에는 전익수(준장)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장교 5명, 군사법원 소속 군무원 양모(49) 씨, 가해자 장모(25) 중사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안 특검은 △제20전투비행단 김모(44) 대대장과 김모(29) 중대장(피해자의 직속 상급자들)의 피해자 사망 전 2차 가해 등 △피해자 사건을 송치 받은 20전투비행단 박모(29) 군검사의 직무유기 등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장 중사의 피해자와 관련한 허위사실 명예훼손 등의 범죄사실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결국 이들의 2차 가해로 인해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주장이다. 안 특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심리부검에 따르면, 이전에는 없던 자살 위험이 강제추행 직후 발생해 급격하게 고위험군에 이르렀다"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전입 후 증상을 더 악화시킨 2차 가해를 경험하며 심화된 좌절감과 무력감으로 피해자가 자살에 이른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 ▲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의 부실 초동수사 의혹 책임자로 지목된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의 부실 초동수사 의혹 책임자로 지목된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수사 무마 정황 확인"

    특검은 또 국방부 검찰단 수사 당시 공무상비밀누설로 입건 후 '혐의 없음' 처리된 군무원을 대상으로 증거를 보강해 여죄까지 모두 규명했다. 

    특검은 이 같은 사건 관련 보안정보를 전달받은 전 실장이 자신을 수사 중인 부하 군검사에게 '자신이 군무원에게 범행을 지시했다는 구속영장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추궁하는 등 계급 및 지위에 따른 위세를 과시해 위력을 행사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당시 공군본부 공보담당 정모(45) 중령도 불구속 기소했다. 정 중령은 피해자 사망 이후 여론 악화로 참모총장 해임이 거론되는 상황을 반전시켜 보겠다는 의도로 피해자 자살 원인이 마치 피해자 부부 사이 문제에 있는 양 왜곡하며 기자들에게 허위사실을 전하고 수사자료까지 넘긴 혐의를 받았다. 특검팀은 이 같은 혐의를 디지털 증거 및 관련자 조사 등으로 밝혔다고 전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출범 이전 군인권활동단체에서 공개한 '전익수 수사 무마 녹취록'의 진정성 및 신빙성을 수사한 결과, 오히려 위 증거들이 공군 법무관 출신의 변호사에 의해 위조된 사실을 규명했다며 해당 변호사 A씨도 구속 기소했다.

    "증거주의 따라 수사 진행했다… 철저한 공소유지 통해 피고인들 엄벌할 것"

    특검팀은 "지난 100일의 수사기간 동안 국방부 검찰단 및 특임군검사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못한 제반 의혹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규명해 내기 위해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증거주의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안 특검은 "그동안 저희 특검을 향해 보내 주신 각계각층의 성원과 격려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향후 철저한 공소유지를 통해 피고인들 각자가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안 특검은 이어 "꽃다운 나이에 품었던 꿈을 채 펴 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 이예람 중사의 명복을 빌고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