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이준석,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너…대화 의미 없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연일 자신이 속한 정당을 비판하는 이준석 전 대표와 더 이상 소통의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비대위를 띄울 때마다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는 이 전 대표를 향해 당 내부에서도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이제는 지금의 자화상을 거울 보고 한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충고해주고 싶다"며 "숨고르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친윤(親尹)계 맏형격인 정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설전을 벌였다. 전날 전국위에서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통과되며 당원권이 정지된 이 전 대표의 당권을 갖게 됐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법원에 정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며 또다시 가처분을 신청한 데 대해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에서 한번 가처분 신청을 인정해줬으면 본인의 애초 목적은 달성한 것 아닌가"라며 "이 전 대표가 최근 보여준 일련의 언사와 행동들이 윤석열 정부의 '퀄리티 스타트'를 훼방 놓고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는가. 질풍노도의 혈기만 느껴지는데, 그것으로 지금 해결될 국면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이 엄중한 과제인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제는 정치 대회전보다는 국가 대의나 공적 사명 같은 것을 한번 좀 되돌아봐 줬으면 좋겠다"며 "이런 식으로 윤석열 정부를 조롱·훼방하는 행태는 본인에게도 두고두고 부담될 것이다. 나중에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자중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과유불급"이라며 "정당의 대표란 것은 임기를 보장해줘야 하는 직업공무원과는 다른 것이고, 정당의 대표는 자기가 져야 할 정치적 책임은 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에게 연락해볼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전화해 볼 생각 없다"며 "더는 대화의 의미가 없다"고 단호한 견해를 내비쳤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본인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선 "그 친구는 약을 올리려고 그런 것"이라며 "원래는 이 전 대표와 친했다. 지난해 6·11 전당대회 때 내 지역구인 공주·부여·청양에서 이 전 대표를 많이 밀었었다.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다"고 웃어넘겼다.

이 전 대표와 설전을 벌인 데 대해서도 "다 잊었다"며 "이 전 대표의 그런 태도에 대해서 유감스러운 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젊기에 우리가 다 끌어안아 줬던 것 아닌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그랬고, (윤석열 당시) 후보부터가"라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제안한 윤핵관 수도권 험지 출마론에 대해서는 "그 얘기를 하기 전에 (이 전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 수락산에 올라가서 한번은 당선이 돼야 할 것 아닌가"라며 "사람들이 하는 말이, 수락산에서 힘드니까 좀 쉬운 (대구) 팔공산에서 서성인다고 한다. 초선이나 한번 해보고 그런 소리를 하라"고 비판했다.

한 번도 국회의원 배지를 단 적 없는 '0'선인 이 전 대표가 최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을 꼬집은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준석 전 대표가 연일 추가 가처분을 신청하자 더 이상 소통에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의원인 이용호 의원은 전날 밤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이 전 대표는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 됐다. 너무 멀리 가버린 상황이 된 것 같다"며 "(당 혼란은 이 전 대표의) 윤리위 징계로 시작됐다. 억울하겠지만 본인의 귀책사유도 있으니 수용해야 할 텐데 같이 죽자는 식으로 나오니 당으로는 힘들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