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최고위원 29일 전격 자진사퇴… 비대위 체제 전환 중대 기로'대통령실 사적 채용''내부 총질 문자'등 … 權 지도체제 '흔들'"비대위로 신속히 전환해야"… 與 일부 초선의원 체제 전환 요구
  • ▲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원내대표실에서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사진=공동취재단)
    ▲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원내대표실에서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사진=공동취재단)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국민들로부터 받았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최고위원직 자진사퇴의 뜻을 밝혔다. 

    '내부 총질' 문자 논란으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배 최고위원이 사퇴한 만큼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 지도체제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배현진 "尹정부 출범 이후 국민께 실망만"

    배 최고위원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 회의 후 "저는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다"며 "윤석열정부가 5월 출범 이후 국민들이 저희에게 많은 기대와 희망으로 잘해 보라는 바람을 심어 주셨는데 저희가 80여 일 되도록 속 시원한 모습으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많은 애정과 열정으로 지적해 주신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그런 많은 말씀들에 대해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전제한 배 최고위원은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후 배 최고위원은 "저 개인이 지도부의 한사람으로서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드려야 할 때"라며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다만 사퇴 결심 시기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배 최고위원은 잠시 멈춰서며 "오랫동안 고민했다. 이준석 당 대표가 궐위됐을 때부터 고민했다"면서 "결단하고 국민들께 책임 지는 모습 보여드리는 시점이 많이 늦은 것 같아 송구하다. 지금이라도 책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고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배현진으로서 결정했다고 봐 달라"고 말했다.

    '비대위 전환론' 대두… 혼돈의 집권 여당

    권 원내대표의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발언과 '내부 총질' 문자 공개 사태로 '권성동 원톱 체제'는 위기를 맞이했다. 

    이날 국민의힘 내에서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 요구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도체제 변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일부 초선의원은 성명을 내고 비대위로 체제 전환을 촉구하면서 "혁신을 위해 최고위원직을 던진 배 최고위원의 결기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해 "대통령과 당 대표직무대행의 사적 SNS 메시지까지 공개되는 사태로 원내대표가 잇달아 세 번이나 사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지적한 이들 초선의원은 "언론에는 연일 당 지도부의 실수와 내분이 보도되고 있다"며 "윤석열정부에서 발표하는 중요한 정책들이 정치와 정쟁에 묻히고 있다. 집권 여당이 오히려 정부의 개혁동력을 위축시키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초선의원들은 이어 "현 상황에서의 최선의 방법은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을 정상화시키고 윤석열정부의 개혁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매진하는 것"이라며 "당원 여러분께서 당을 살리려는 초선의원들의 충정에 동참해 달라"고 비대위 체제 전환 목소리에 함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최고위원회의 기능 상실' 해석 분분

    당 지도체제를 둘러썬 논쟁이 본격화하면서 배 최고위원의 자진사퇴도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배 최고위원의 사퇴에도 비대위 체제 전환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 96조에 따르면,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만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다.

    현재 국민의힘 최고위원 9명 중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이준석 대표,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자진사퇴한 김재원 전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최고위원은 7명(배 최고위원 포함)이다. 

    당 내에서는 이들 중 과반인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 기능 상실로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과, 최고위원 전원 사퇴일 때 최고위 기능이 상실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렇듯 '최고위원회의 기능 상실'의 경우 당 내 해석이 분분한 만큼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논쟁은 전방위로 확전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나는 그만두지 않는다"며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안정화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최고위원직 사퇴에 선을 그었다.

    권 원내대표는 최고위 회의 후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공정한나라 창립 발기인총회를 마친 뒤 "당헌·당규상으로는 기획조정국에 유권해석을 좀 더 받아 봐야 할 것 같다"며 "아직 그렇게(기획조정국에 관련 해석 요청)는 안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최고위에서는 국민의당 몫 추천 최고위원 2인(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 임명 절차에 돌입하고자 전국위원회 개최 안건을 올려 처리하려 했으나, 배 최고위원의 사퇴로 인해 안건을 상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