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A 박용한 선임 “北 핵 개발, 군사적·정치적 협상력 동시에 갖춰""미군 저지 확신할 땐… 北 수도권 점령→ 휴전 '오판' 가능성""한국군 공군기지 핵 공격→ 제공권 장악→ 한미 반격 어려워져""美 본토 공격받지 않으면 재래식 대응→ 북핵, 한국에 큰 위협""확장억제 美 공약만으론 '핵무장 지지' 국내 여론 진정 어려워"
  • ▲ 북한이 지난 4월 17일 시험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한국군의 KTSSM과 매우 흡사한 소형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은 이 미사일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지난 4월 17일 시험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한국군의 KTSSM과 매우 흡사한 소형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은 이 미사일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한반도 통일이라는 기존의 남침전략을 바꿔 수도권만 기습점령한 뒤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한미 연합군에 '전술핵 공격' 위협을 가하며 반격을 막으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北, 기습남침해 수도권 점령한 뒤 핵 공격 위협하며 반격 막을 것”

    한국국방연구원(KDIA)의 박용한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북한의 공세적 핵전략 평가와 실존적 위협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남침전략을 바꾸려 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박 선임연구원의 분석은 이렇다. 먼저 북한은 기습남침을 통해 수도권을 속전속결로 장악한다. 이후 북한은 실제로 핵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한미 연합군의 수도권 탈환 또는 북한을 향한 보복을 막으려 한다. 동시에 한미 측에 협상을 제안하면서 점령한 수도권을 대상으로 통제권을 가지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핵무기 개발로 군사적인 억지력과 정치적인 협상력을 동시에 창출했다”면서 북한이 핵무기라는 비대칭전력을 통해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압도할 수 있고 미군의 개입까지 억지할 수 있다고 확신할 경우 남침으로 수도권을 점령한 뒤 휴전을 하려는 ‘제한점령’ 목표가 달성 가능하다는 ‘오판’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의 핵전력을 갖추기 어렵다. 하지만 북한이 단 한 발의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만 있으면 상대편이 쉽게 공격할 수 없는 핵무기의 ‘실존적 억지’ 효과에 기대어 이런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박 선임연구원의 설명이었다.

    “北, 실제로 남한 핵 공격할 경우 치명적… 제공권 장악 못할 수도”

    박 선임연구원은 또한 북한이 실제로 핵 공격을 할 경우 국군은 광범위하고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국군 시설, 특히 해·공군 주요 기지를 공격할 경우 지상에서 폭발하든 공중에서 폭발하든 모두 치명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박 선임연구관은 지적했다. 

    박 선임연구관은 핵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에 전자기 펄스(EMP) 효과까지 겹쳐 해·공군 주요 전력 손실은 물론 지휘·통신 체계까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이 국군 공군기지를 핵 공격할 경우 개전 초기 한반도 제공권을 장악한 뒤 미 본토에서 온 증원병력과 함께 반격에 나선다는 한미 연합군의 작전계획이 처음부터 틀어져 북한 지상병력의 침공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박 선임연구원은 지적했다.

    북한이 수도권을 점령하는데 실패하거나 점령 후 협상에서 실패할 경우에도 전장(戰場)이 북한으로 옮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 휴전선 일대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하거나 실제로 사용함으로써 한미 연합군의 북진을 막는 ‘방어적 핵무기 사용’을 선택할 가능성도 크다고 박 선임연구원은 전망했다.

    “美, 본토 핵 공격 받지 않는 이상 대북 핵 보복 쉽지 않을 것”

    “북한이 남한을 핵 공격할 경우 미국이 확장억제 공약에 따라 핵 보복을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박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지상에 있는 표적을 직접 핵 공격하면 미국이 부담을 덜어내고 대북 핵 보복을 함으로써 치명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전술핵무기로 한국을 겨냥할 경우 미국은 본토를 공격받지 않을 것이므로 핵 보복 대신 재래식 무기로 대응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이 이런 상황을 확신할 경우 한국에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박 선임연구원은 경고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지난 몇 년 사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전략핵무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작은 전술핵무기 개발에 집중하는 상황이 한국에는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 제시하는 확장억제 공약만으로는 국내에서 제기되는 핵무장 지지 여론을 가라앉히기 어렵다”고 전망한 박 선임연구관은 “한미 양국이 북핵에 대한 억지력을 비대칭 수준으로 크게 높이는 한편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치명적인 보복을 절대 피할 수 없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