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 탓에 사고 냈다"며 사건 조작허위 진료 기록 내준 한의사도 벌금형
  • ▲ 대법원. ⓒ정상윤 기자
    ▲ 대법원. ⓒ정상윤 기자
    뺑소니 범행을 무마하고자 병원에서 허위 진료 기록을 받아 수사기관에 제출한 경찰관에게 유죄가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과 위계공무집행방해, 증거위조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51)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인천의 한 경찰서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3년 7월 25일 자정께 운전 중 도로를 건너던 고등학생을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피해자는 이 사고로 염좌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사고 후 수사를 받게 된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의사 B씨에게 경찰에 내기 위한 허위 진료기록부를 부탁했다. '안면마비로 눈을 뜰 수 없어 사고를 냈고, 지인에게 사고 처리를 맡긴 뒤 병원에 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후 A씨는 허위 진료기록을 경찰과 자신의 징계를 담당한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2015년 4월 특정인의 지명수배 내역을 조회한 화면을 사진으로 찍은 뒤 또 다른 지인인 병원장 C씨에게 보낸 혐의도 받는다.

    이에 1심은 "허위 진료기록부를 제출해 사건을 조작하는 등 경찰 공무원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저해해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허위 진료 기록을 내준 한의사 B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반면 2심에선 A씨의 '뺑소니'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병원장 C씨에게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일은 무죄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2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지명수배 정보를 받은 A씨 지인의 휴대전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않아, 발견된 내용을 증거로 쓸 수 없다"며 전체 형량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낮췄다.

    대법원은 이런 2심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확정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