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수주 최저치 기록 中…코로나19 봉쇄로 건설경기 최악이었던 2020년 상반기보다 낮아국내 건설사들 수주물량 확보위해 저가 입찰을 한 결과 대손실 떠안고 국내주택시장에 눈돌려네옴시티 입찰 도전으로 분위기 반전 모색…대규모 수주 확정 시 침체된 한국경제에 불식시킬수도
  • ▲ 해외건설 수주 부진한 상황ⓒ머니투데이 방송 캡처
    ▲ 해외건설 수주 부진한 상황ⓒ머니투데이 방송 캡처
    그동안 해외건설 부문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던 건설업계가 세계 최대 규모 인프라 수주전에 나서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올 상반기 해외 건설 수주액은 114억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봉쇄로 건설경기가 최악이었던 2020년 상반기(161억 달러)는 물론 작년 상반기(134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올해 연간 수주액이 250억 달러를 밑돌며 2006년(165억 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내놨다.

    이 같이 해외 수주액이 최저치로 추락하게 된 배경에는 국내 건설사들의 원가계산 실패에 있다. 2010년부터 국내 건설사들은 수주 물량 확보를 위해 저가 입찰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10년대 중반부터 대규모 손실을 떠안았다. 반면 같은 시기 국내 주택시장은 활황을 띠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은 리스크가 큰 해외시장에서 국내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결국 설계능력과 인력관리 등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못했고,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경쟁에서 계속해서 밀리는 악순환 구조에 빠졌다. 한국경제보도에 따르면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열릴 해외 대규모 플랜트 입찰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설 자리가 아예 없어질 위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 건설회사들이 최근 해외 플랜트 입찰에서 1차 관문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경쟁력을 잃었다. 

    올 하반기 해외건설시장의 최대어로 알려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석유공사의 알누프 해수 처리 플랜트의 8월 본입찰에 앞서 입찰자격사전심사(PQ)가 시행됐다. 1차 관문인 PQ에 통과한 회사는 총 11곳이었으나, 한국 회사들은 단 한 군데도 통과하지 못했다. 게다가 올 들어 공사규모 10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공사 수주는 단 한 건에 그쳤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러시아에서 수주한 발틱 화학 플랜트 프로젝트가 전부라고 한국경제가 보도했다.
  • ▲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알아라비아
    ▲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알아라비아
    이에 국내건설사들은 최근 세계 최대 인프라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수주전에 참가하며 위축된 건설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한다. 

    네옴시티는 총 사업비가 무려 5000억 달러로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인근에 서울의 44배 면적 미래도시를 짓는 프로젝트다. 1차 완공목표는 2025년으로, 도시에 필요한 주택·항만·철도·에너지 시설 등 대규모 입찰이 현재 비밀리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 수주전에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이 참여했고, 그 결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네옴시티의 '더 라인'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삼성과 현대그룹이 대규모 수주를 추가로 따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은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9년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한 당시 이재용 부회장과 왕세자는 삼성 승지원에서 단독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 부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와 소통할 수 있는 국내 몇 안되는 인사 중 하나다.

    여기에 삼성물산은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칼리파 건설에 참여해 기술력을 과시한 바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삼성물산이 네옴시티에 들어서는 초고층빌딩을 비롯해 다수의 주택·플랜트 사업 수주를 하고, 삼성전자는 스마트시티에 접목되는 인공지능·반도체·가전사업 등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했다.

    아울러 스마트 시티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현대차그룹도 사우디 진출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 수주를 따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나왔다. 특히 네옴 시티에서 바닷물을 이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해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이 되겠다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어,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차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그룹이 네옴 프로젝트를 대규모 수주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효과가 클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이나 탄소 중립에 중점을 둔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 등 국내 기업에 다양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도 "대규모 수주가 이어지면 최근 고조되는 경기 침체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김갑성 연세대 교수는 "우리기업들이 수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국가가 외교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