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2023~2031년 미국서 대외군사판매(FMS) 형식으로 도입… 이지스 구축함에 장착北, 2019년 이후 마하 6 이상 단거리탄도미사일 여러 종 내놔… 반면 SM-6 요격 속도는 마하 3.5
  • ▲ 미해군 이지스 구축함 '존 폴 존스'함이 2017년 8월 SM-6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시험을 했다. ⓒ美인도태평양 사령부 제공.
    ▲ 미해군 이지스 구축함 '존 폴 존스'함이 2017년 8월 SM-6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시험을 했다. ⓒ美인도태평양 사령부 제공.
    문재인정부가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체계로 SM-6 미사일을 선택했다. 당초 해군과 군사전문가들이 예상하던 SM-3 미사일 도입이 아니어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방사청 “2023~31년, 7600억원 들여 미사일 요격용 SM-6 도입”

    방위사업청은 지난 26일 오후 3시 제14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화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방추위에서는 7개 안건을 논의했다. 전술지대지유도무기-Ⅱ사업 추진 기본전략 수정안, 장거리함대공유도탄(SM-6급 )사업 추진 기본전략안,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사업 추진 기본전략안, 화생방보호의-Ⅱ사업 추진 기본전략안, 사단급 대포병 탐지 레이더 체계개발 기본계획안, K21보병전투차량 2차사업 추진 기본전략안, UH/HH-60 헬기 성능개량사업 추진 기본전략안이다.

    이 가운데 주목을 끈 안건은 장거리함대공유도탄 도입사업이다. 방사청은 “이 사업은 새로 건조하는 이지스 구축함(KDX-Ⅲ)에 탑재할 SM-6급 미사일을 해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확보하는 사업”이라며 “이 사업을 통해 이지스 구축함의 적 대함미사일, 항공기 및 순항미사일에 대한 대공방어능력과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응능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적기·순항미사일 요격에는 강하지만… 탄도미사일 요격시험은 종말단계만

    방사청은 SM-6를 2023년부터 2031년까지 7600억원을 들여 도입한다고 밝혔다. SM-6는 SM-2 ER(사거리 연장형) 블록Ⅳ에 중거리공대공미사일 암람(ARMRAAM)의 추적체계를 합친 미사일이다. 2단 고체연료 추진체를 가진 SM-6의 길이는 6.6m, 무게는 1.5t이다. 사거리 370㎞, 요격고도 34㎞, 요격속도는 마하 3.5다.

    SM-6는 처음 개발 당시 다목적 요격 미사일로 기대를 모았다. 암람의 공대공 요격능력과 SM-2의 함대공 요격능력을 더하면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개발한 뒤에도 적 항공기나 공대함미사일, 초저공으로 날아오는 순항미사일 요격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해상조기경보통제기 E-2D와 함께 운용하면 장거리 공격도 가능했다.

    미군은 2015년 7월 종말단계에 다다른 단거리탄도미사일을 SM-6로 요격하는 시험을 4번 실시해 모두 성공했다. 적 탄도미사일을 중간단계에서 요격하는 데 실패한 경우를 대비한 실험이었다. 2016년 12월에는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 주도로 적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여러 발이 날아오는 상황을 상정해 이를 막는 시험에 성공했다. MDA는 중국군 대함탄도미사일(ASBM) DF-21D와 DF-26B를 SM-6로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SM-6를 ‘적 미사일 요격용’으로 다룰 때 미군과 한국군의 차이

    미군은 SM-6를 여러 층(Layer)의 방어체계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 미군은 SM-6를 실전배치하면서 SM-2와 SM-3도 함께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SM-6를 적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해군 이지스함은 자체적으로, 고고도는 SM-3로, 중·저고도는 SM-6로, 초근접은 CIWS나 C-RAM으로 요격하는 다층 요격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것이 여럿 합쳐 항모강습단이나 해군기지 등을 방어한다. 육상방어체계는 패트리어트 PAC-3 MSE와 사드, GBI가 따로 있다.

    반면 한국군의 미사일 방어체계 층은 2개다. 독일에서 중고로 도입한 뒤 성능을 개량한 패트리어트 PAC-3를 중심으로 국산 ‘천궁-Ⅱ’를 배치 중이다. 두 방어체계의 요격고도는 30㎞ 남짓이다. 저고도로 비행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와 함께 고고도를 비행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을 적이 섞어 쏘면 요격이 쉽지 않다. 현재 국내에 사드(THAAD·종말고고도요격체계)가 배치돼 있지만, 주한미군 소속인 데다 1개 포대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 때문에 당초 군은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할 요격체계로 SM-3 블록ⅠA/B를 고려했다. 사거리가 1200㎞, 요격고도 500㎞까지로, 대기권 밖부터 성층권까지 요격이 가능하고, 속도도 마하 8.8 이상이어서 북한 신형 탄도미사일은 물론 극초음속미사일도 요격이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군 당국은 당초 SM-3 미사일을 도입해 수도권과 주요 도시를 노리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해상에서 요격할 생각까지 했다. 동해상에서 쏘아도 1분40초 정도면 수도권 상공에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필요한 건 ‘SM-3급’인데… ‘가격’ 이유로 SM-6 도입하는 文정부

    문제는 가격이었다. ‘사드’도 가격으로 악명 높지만 SM-3는 더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1월 미국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당시 일본에 8발의 SM-3 블록ⅠB와 13발의 SM-3 블록ⅡA를 FMS로 수출한다고 밝혔는데, 가격이 5억6100만 달러(약 7100억원)였다. 단순계산하면 1발 가격이 2600만 달러(약 330억원) 이상이다. 물론 SM-3 블록ⅡA가 SM-3 블록ⅠB보다 더 비싸기는 하지만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

    반면 SM-6의 경우 1발 가격이 480만 달러(약 6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7600억원이면 120발가량을 구매할 수 있다. 대신 요격속도가 마하 3.5이에서 동해안이나 남해안에 있는 이지스 구축함이 수도권을 노리는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는 어렵다.

    군사전문가들은 물론 군 안팎에서도 이런 점을 들어 방사청이 SM-6를 도입하기로 한 결정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임기를 보름도 채 남겨 놓지 않은 때 방추위를 열어 북한 탄도미사일 요격체계 도입을 서두른 데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