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작계 5015 수립 이후 北 ICBM·SLBM 시험발사 등 핵·미사일 역량 대폭 강화”“北 WMD역량 강화로 한반도 전략적 환경 변화…전쟁지휘소 더 만들고, 공군 분산배치 필요”
  • ▲ 2017년 12월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와 F-15K, F-35B 전투기의 편대비행. 미군 전략자산과의 연합훈련은 이때가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12월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와 F-15K, F-35B 전투기의 편대비행. 미군 전략자산과의 연합훈련은 이때가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안보전문가들이 한미 연합군의 전쟁 작전계획 5015(이하 작계 5015)를 북한의 현재 핵·미사일 역량에 맞춰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7년 전 완성한 작계 5015로는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브루스 클링너 “크게 달라진 北핵·미사일 역량에 맞는 한미 새 작계 필요”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작계 5015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美안보전문가들의 충고를 소개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향상하고 확대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과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반도 안보)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17년 ‘화성-14형’과 ‘화성-15형’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고, 이후에는 ‘화성-17형’ 시험 발사를 통해 다탄두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계속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지적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뿐만 아니라 북한은 2019년부터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했고, 열병식 등을 통해 최소 14개의 신무기를 선보였다”며 “북한이 이전보다 향상된 무기 역량을 선보이면서 상황이 악화됐으니 한국과 미국은 이런 상황 변화를 반영한 새 작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브루스 벡톨 “北, 2017년 美본토 공격 역량 입증…작계 바꿔야”

    “브루스 벡톨 앤젤로 주립대 교수 또한 작계 5015를 대체할 새 작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벡톨 교수는 “작계 5015가 여전히 훌륭하고 견고할 것이라고 믿지만 2017년 이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역량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며 “과거에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역량이 있음을 증명하지 못했지만 2017년 두 차례의 ICBM 시험발사를 통해 그런 핵공격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벡톨 교수는 “북한이 지난 2017년 실시한 마지막 핵실험은 지금까지의 어떤 실험보다 최소 10배는 규모가 컸다”며 “따라서 2017년 이후 향상된 북한의 핵·ICBM 역량을 반영한, 새로운 한미 작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매닝 “지난 1년 반 동안 北무기체계 역량 발전…전략적 환경 변화”

    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지난 1년 반 동안 다양한 무기체계를 발전시킴으로써 전략적 균형을 바꾸고 있다”며 한미의 새 작계 필요성을 역설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탄도미사일, ICBM 등은 전략적 균형을 바꾸는 무기들”이라며 “새로운 전략 환경에 적합한 억지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이 강화되고 있으므로 우리는 지금 가진 것과 억지력을 강화할 방법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베넷 “지하벙커 여럿 만들고, 공군 전력 더 분산 배치해야”

    랜드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핵을 비롯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작계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구체적으로 일명 ‘지하 벙커’라 불리는 전쟁 지휘소를 여러 곳에 만들고, 공군 전력은 분산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휘통제소 수가 적고, 공군 전력이 몇몇 지역에 몰려서 배치돼 있으면 적에게 쉽게 표적이 돼 유사시 쉽게 파괴되고, 그 결과 신속한 반격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지적했다.

    따라서 경제성을 따지지 말고 전쟁 지휘소를 여러 곳에 만들고, 공군 전력은 최대한 분산 배치해야 개전 초기 전력을 보존하고, 북한의 핵능력을 파괴하기 위한 신속한 반격이 가능하다고 베넷 선임연구원은 충고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다른 방어수단을 마련할 준비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0년 수립한 작계 5015…한미, 새로운 작계 수립 준비 중

    2010년부터 만들기 시작해 2015년 완성한 현행 작계 5015에는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사이버전, 생화학전에 대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작계는 소형화가 안 된 핵폭탄과 스커드·노동 미사일 등을 고려, 북한 대량살상무기 체계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북한이 2017년에 선보인 ‘화성-12형’부터 ‘화성-15형’, 북극성 같은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 2019년 5월부터 선보인 대구경 방사포나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응 방안은 들어 있지 않다.

    때문에 과거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작계 5015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서욱 국방장관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새 작계 수립을 위한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했고, 지난 3월 31일에는 한미 합참의장이 하와이에서 만나 전략기획지시(SPD)에 서명하는 등 작계 5015 업데이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